[이인숙의3A.M.] 빌 게이츠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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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실수였다. 나는 절대로 워싱턴에 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무 순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성공은 정부의 관심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반독점법 위반으로 미국 정부와 싸우던 2000년대 초반을 이렇게 기억했다.
돌이켜 보면 MS가 미국 정부를 무시하고 적대하면서 시작된 소송이 이유였다.
이때 대정부 관계(GR)를 확 바꾼 인물이 'MS의 외교관'이라고 불리는 법률고문 브래드 스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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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이제 한 몸… 정부·기업 공생 필요
미국 법무부는 1998년 MS를 상대로 독점금지법 위반 소를 제기했다, 2000년 재판에서 반독점법 위반이 인정됐다. MS를 2개로 나누라고 했다. 이듬해 항소심에서 분할명령이 취소됐다. 법무부는 MS와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MS는 회사 분할을 막았고 법적으로는 승리했다.
하지만 4년에 이르는 소송은 어쨌든 MS는 독점기업이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성장한 MS이지만 그에 걸맞은 역할을 했느냐는 부정적인 평가가 시장에 퍼졌다. 돌이켜 보면 MS가 미국 정부를 무시하고 적대하면서 시작된 소송이 이유였다.
MS는 이 사건 이후 전략을 바꿨다. 규제 당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경쟁사와도 공생하려 했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라는 태도를 버렸다. 이때 대정부 관계(GR)를 확 바꾼 인물이 ‘MS의 외교관’이라고 불리는 법률고문 브래드 스미스다.
그의 메시지는 짧고 강했다. ‘이제 평화를 만들 때입니다.’ “스미스는 정부 개입 필요성을 인식시켰다.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에, 미국 동부 워싱턴의 감성을 가져왔다.” 이렇게 평가하는 사람은 2009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정책기획국장이던 앤마리 슬로터다. 스미스는 2021년 MS 부회장이 됐다.
‘신뢰와 안전의 상징’ ‘세계 큰손들의 금고’라는 크레디트 스위스(CS)가 파산 위기에 몰린 끝에 지난달 경쟁 은행인 유비에스(UBS)에 인수됐다. 이런 CS 사태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스위스 정부의 움직임이다.
시장 개입을 극도로 꺼리던 스위스 금융 당국이 금융 시장에 강하게 개입했다. UBS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CS를 인수하라고 압박했다. 금융이 스위스의 국가 브랜드이자, 안보임을 알기 때문이다. UBS는 CS의 CEO를 교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UBS를 살려낸 전임 CEO 세르지오 에르모티를 투입했다.
그가 선택된 배경에도 스위스 정부가 있다. 경제 전문지 ‘포춘’은 “에르모티 선임을 발표하면서 UBS가 이해관계자를 고려했다고 했는데, 아마도 정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CS를 살려 UBS에 인수시켰지만, CS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이런 시기에 정부와 의회를 잘 이해하고 설득할 에르모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이끄는 ‘보스 국가’ 현상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하지 않을 법한 일을 국가가 나서서 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플레이어가 되었다. 팬데믹, 금융위기 같은 예측 불가 상황이 거듭되고, 미·중을 둘러싼 지정학 구도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타이완 정부와 TSMC는 고도의 팀플레이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급망 재편을 위해 과한 ‘미국주의’를 밀어붙이는 것도 그래서이다. 경제와 안보는 한 몸이 됐다. 정부와 기업이 서로에게 솔루션이 되어야 하는 시절이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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