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폭락하자 빅테크주 약세…미 증시 투심 '흔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빅테크주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고, 이는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8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27% 하락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51% 내리고 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0.54% 떨어지고 있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세를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전날 장 마감 직후 실적을 발표한 테슬라가 비교적 잠잠했던 실적 시즌을 흔들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25억1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4% 줄었다고 밝혔다. 잇단 전기차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떨어진 것이다. 테슬라는 올해 미국, 중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에서 차량 가격을 내렸다. 미국에서만 6번 떨어뜨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중요한 것은 순이익이 아니라 점유율”이라며 “낮은 마진으로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 나중에 (시장 점유율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을 때 가격을 올려 마진을 거둬들이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런데 머스크의 이같은 전략을 두고 시장은 냉담했다. 웰스파고는 “장기적으로 볼 때 테슬라 브랜드를 손상 시킬 것”이라며 “가격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웰스파고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190달러에서 17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오펜하이머는 “단기 수익성 압박은 투자자들에게 우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탓에 테슬라 주가는 현재 8.51% 급락한 165.2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164.76달러까지 내렸다.
테슬라가 부진하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등 빅테크 전반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빅테크는 시가총액 최상위권 기업들인 만큼 3대 지수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경제 지표는 침체 쪽을 향하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5000건으로 나타났다. 월가 전망치(24만건)를 상회했다. 전주 대비 5000건 늘어나면서 2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주간 실업수당은 올해 1월 셋째주(19만4000건) 이후 꾸준히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열 조짐이 극명했던 노동시장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택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전월 대비 2.4% 감소한 444만건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22% 급감했다. 지난달 기존주택 매매 중위가격은 37만5700달러로 전월과 비교해 0.9% 떨어졌다. 이는 2012년 1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고 CNBC는 전했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모두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영향권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연준 다수 인사들은 여전히 강경 긴축을 공언하고 있어, 투심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날 공개석상에 나오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의 언급은 더 주목 받고 있다.
울프리서치의 크리스 세니예크 수석투자전략가는 “연준이 (긴축을 유지하는) 방향을 이어간다면 금융 여건이 계속 긴축돼야 하고 경제는 침체로 접어들어야 하고 주식 가격은 급격하게 하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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