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양곡관리법과 쌀 산업

2023. 4. 2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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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정안이 최종 부결된 양곡관리법은 1948년 제정된 법으로, 쌀을 포함한 양곡의 수급 관리를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목적을 가진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쌀의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해 가격 하락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구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도록 하는 것인데, 야당은 국민의 주식인 쌀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쌀 가격 하락으로 쌀 농가의 소득이 줄어드는 일이 없어야 함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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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정안이 최종 부결된 양곡관리법은 1948년 제정된 법으로, 쌀을 포함한 양곡의 수급 관리를 통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목적을 가진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쌀의 생산량이 소비량을 초과해 가격 하락이 발생하는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구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도록 하는 것인데, 야당은 국민의 주식인 쌀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쌀 가격 하락으로 쌀 농가의 소득이 줄어드는 일이 없어야 함을 주장한다.

사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되기 이전에도 정부는 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양곡 매입, 관리 비용 등에 매년 2조3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왔다. 올해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가격이 80㎏당 20만원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수급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시장격리를 위한 쌀의 정부 구매도 포함돼 있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총론적으로는 야당과 정부 모두 쌀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져서 쌀 생산이 붕괴되는 상황은 피해야 함에 동의한다. 다만 각론에서 차이가 나는데, 정부의 시장개입을 강제하는 개정안은 ‘정부 실패’(government failure)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쌀 농가라면 개정안으로 쌀 가격이 보장되면 재배 규모를 유지하거나 더 늘릴 것이 자명하고, 이는 그렇지 않아도 자급률이 100%에 근접하거나 초과하는 쌀의 적정 공급량 관리를 더 어렵게 한다. 특히, 2022년 기준 1인당 고기 소비량(58.4㎏)보다 쌀 소비량(56.7㎏)이 적을 정도로 쌀 소비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넌센스로 보일 정도이다.

한정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양곡관리법의 당초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인 정부 개입보다는 체계적인 쌀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먼저 인구 감소와 식습관 변화 등으로 쌀 소비량이 지속 감소하는 현실에 따라 쌀 생산량을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쌀 농가의 타작물 생산 유도, 경영 이양 직불금 강화, 가루쌀 생산 확대 등을 통한 생산량 관리와 벼 재배의 규모화를 통한 영농비용 절감 가속화로 쌀 생산량이 감소하더라도 농가의 순수입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환경 및 탄소 절감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단위면적당 수확량 중심의 재배에서 유기농 등 환경과 품질 중심의 재배로 전환되도록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쌀의 소비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최대한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의 쌀 소비 정책은 식생활 교육을 통한 수요 촉진과 전통식품 중심의 쌀 가공산업 육성 등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한계를 보였다. 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최근 이슈인 푸드테크를 접목하여 ‘밥상에서 먹는 쌀’에서 ‘건강기능식품 또는 의약품, 나아가 화장품 등 공산품의 소재인 쌀’로 진화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쌀의 수출 및 해외원조 규모를 늘리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인구가 2020년 5184만명(중위 추계)을 정점으로 매년 9만명씩 줄어들고 있고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소비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쌀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변화된 상황을 인정하고,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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