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선수 돌풍 성유진 “한국 여자골프 강인함 알린 게 큰 수확”(인터뷰)
“연장전 드라이버 티 샷 거리 덜 나가 공략 어려웠다”
“중압감 이겨내고 내 골프 펼쳐 만족스러워”
“세계랭킹 75위 안에 든다면 연말 Q시리즈 응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10년 만에 초청 선수 우승 신화를 쓸 뻔했던 성유진(23)이 연장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을 기록했다. 성유진은 아쉬움보다는 “한국 여자 골프가 강하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여자 골프가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는데, 한국에서 온 선수가 대회 내내 선두를 달리며 우승 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성유진은 지난 16일 끝난 롯데 챔피언십에서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지만, 그레이스 김(호주)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18번홀(파5)에서 이뤄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두 번째 우드 샷이 그린 주위 러프로 갔는데, 공이 러프에 잠겨 있어 정상적인 샷을 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파를 지키지 못해 우승을 놓쳤지만 그래도 성유진은 환하게 웃었다.
성유진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드라이버 샷이 평소보다 덜 나가서 233m를 남기고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해야 했던 게 화근이었다. 연습 라운드를 포함해 5일간 그 거리에서 우드 샷을 한 게 연장전이 처음이었다”고 돌아봤다. 극적으로 3m짜리 버디를 잡고 연장전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정규 라운드 18번홀에서는 드라이버 샷을 잘 보내 195m를 남겨놨었다. 연장전에서는 티 샷이 턱을 맞고 구르지 않아 약 30m 거리 손해를 봤다. 성유진이 “티 샷 후 생각이 많아졌다”며 칩 샷보다 드라이버 샷에 더 아쉬워한 이유다.
설상가상 우드 샷이 그린 뒤 러프에 떨어졌는데, 공 절반이 잔디에 잠겨 있었다. 낮게 쳐서 굴리는 칩 샷을 시도하려 했지만 공이 잠긴 탓에 56도 웨지 페이스가 공 중간 부분을 맞았다. 공은 로켓처럼 세게 날아갔고 결국 반대편 그린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성유진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 오픈 우승자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1라운드부터 선두권에 오르더니 2, 3라운드에서는 선두로 나섰다. 자연스레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성유진은 “챔피언 조에 들어가면 우승 기대를 안 하는 편”이라며 “현실적인 성격이어서 ‘김칫국 마시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성유진은 마지막 날 무너지지 않는 데 집중한다. 그는 “선수로서는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오버파를 치는 게 가장 힘들다.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경기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저는 최종 라운드에서 압박감을 이겨내고 제 골프를 했기 때문에 그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돌아봤다.
그는 세계 랭킹 75위 안에 들면 연말에 열리는 LPGA 투어 퀄리파잉 시리즈 파이널에 응시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세계 75위까지 파이널에 직행하는 면제권을 주기 때문이다. 롯데 챔피언십에서의 활약 덕분에 세계 랭킹 107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린 성유진은 “갈 길이 멀다. 한국에서도 선수들이 다들 잘해 우승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2019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성유진은 당시 임희정, 박현경, 조아연 등 동갑내기 친구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 오픈에서 첫 우승을 따내더니 이번 롯데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냈다.
성유진은 “친구들이 너무 잘해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고, 경쟁자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친구들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저 ‘어떻게 하면 전년도보다 나은 골프를 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면서 “‘매해 한 단계씩 나아지자’는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 통증 때문에 이번 주 열리는 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에 불참하는 성유진은 일주일간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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