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이대남은 민주주의의 적일까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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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엔 코무'당('모두의 바르셀로나')은 정책공약이나 규약을 채택할 때 공개 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정치인들에게 사뭇 당황스럽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표현방식이지만, 정치적 이슈에 대하여 마땅한 소통채널을 갖지 못하는 청년세대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점에서, 청년세대의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표출된 것이 '개딸' 현상의 본질임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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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엔 코무'당('모두의 바르셀로나')은 정책공약이나 규약을 채택할 때 공개 토론 방식으로 진행한다. '디사이드 마드리드'는 16세 이상 마드리드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공정보를 열람하고, 정책제안과 토론을 통해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시민정치참여 포털이다. 아르헨티나의 '넷파티'는 시민정책표결 플랫폼이고, 뉴질랜드의 '루미오'는 숙의적 토론을 통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온라인 서비스이다. 세계 곳곳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 소셜벤처 '와글'도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시민들이 집단적 의사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험한다. 쇼핑과 은행거래도 온라인으로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SNS로 교류하는 시대, 왜 우리 정치는 아직도 대의정치에 머무르고 있을까?
대의제하에서 소수의 엘리트가 정치를 독점해 오면서 대중은 종종 정치지도자를 지지하는 것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해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열성지지자를 일컫는 '개딸'(개혁의 딸)의 등장에 대해서 정치권과 대다수 언론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개딸'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꼈던 2030여성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해 준 정치인 이재명의 지지자로 결집하면서 스스로를 지칭한 이름으로, 대선 패배 이후 2030여성을 넘어선 다양한 세대의 민주당 지지층을 포괄하며 세력화되었다. '개딸'이라는 유머스러운 표현에서 보여지듯이, 이들은 정치를 유쾌한 놀이로 즐기고, 포지티브 (positive)를 중요한 의사표현 방식으로 삼고 있는 등 그들이 익숙한 연예인 팬덤 문화를 옮겨와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하게 소통한다.
오래도록 정치에 무관심한 채로 수동적이었던 청년세대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들은 지지할 때 꽃을 보내고 반대할 때 문자폭탄을 안긴다. 정치인들에게 사뭇 당황스럽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표현방식이지만, 정치적 이슈에 대하여 마땅한 소통채널을 갖지 못하는 청년세대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점에서, 청년세대의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표출된 것이 '개딸' 현상의 본질임을 살펴야 한다. 정치인 이재명은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같은 야당지도자로서 강력한 지지를 얻게 된 것일 뿐, 그들은 결코 맹목적 지지자들이 아니다. '개딸' 현상은 우리 정치문화에 직접민주주의를 추동하는 변화의 동력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을 지지한 '이대남' 현상도 청년들이 정치효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다. 그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적 동력으로 삼기보다, 팬덤정치로 폄훼하고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대상으로 격하시키는 것이야말로, 소수 엘리트 중심의 정치문화에 기댄 정치인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의 정당들이 진정한 민주주의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책임 있는 정치, 소통하고 응답하는 정치, 대중이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토론하는 정치를 실현해나가야 한다. 발달된 온라인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소통과 정보공유가 이루어지고,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이 강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 속에서 청년들이 유쾌하고 즐겁게 정치에 참여하는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강민정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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