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합창'이 종교 편향적?..."황당해" 반발
[앵커]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클래식 명곡 중에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빼놓을 수 없죠.
그런데 이 곡의 종교 편향성을 문제 삼아 시립교향악단의 연주가 금지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음악인들은 예술에 종교적인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김근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은 운명, 영웅과 함께 3대 교향곡으로 사랑받아온 명곡입니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은 다음 달 1일 공연에서 이 곡을 연주하기로 했지만, 갑자기 일정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대구시 종교화합자문위원회에서 종교 편향성을 이유로 연주를 금지한 겁니다.
4악장 '환희의 송가' 가사가 문제가 됐습니다.
신과 창조주가 언급되는 부분이 있는데, 기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위원 1명이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반드시 만장일치로 결정해야 한다는 조례 때문에 1명만 반대해도 공연을 할 수 없었습니다.
[김동우 / 대구광역시 문화체육관광국장 : (과거에) 너무 종교 편향적인 공연이 몇 번 있다 보니까, 그게 문제가 그동안 많이 됐었습니다. 위원 중 한 분이 이제 종교 편향적인 가사가 있어서 (공연에 반대했습니다).]
음악인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예술에 종교의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며 공연 금지를 철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박수원 / 오르간 연주자 : 이 작품에 담긴 본연의 가치는 종교와는 무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신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종교를 찬양하는 음악으로 폄훼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대구시와 지역사회에서도 조례 개정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정일균 / 대구시의원 : 그전에도 같은 곡을 공연한 적이 있고 한데, 이번 건은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조금 맞지 않는다…. 지금 이제 시 관련 부서에서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이 심각성을 보고 개선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논란에 공연장 측은 결국 시립교향악단 대신 다른 연주단체를 섭외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준비 시간 문제로 규모가 크게 줄었고, 베토벤 교향곡도 전 악장 대신 4악장만 공연하는 거로 바뀌었습니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악을 둘러싼 엉뚱한 종교 편향 논란에, 결국 애꿎은 시민만 문화 공연을 즐길 기회를 잃게 됐습니다.
YTN 김근우입니다.
YTN 김근우 (gnukim052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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