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157.9㎞/h 비결?…“그냥 맞자고 생각했다”
두산전 7회 마운드 올라 1이닝 삭제
괴물 루키의 배짱투에 감독도 ‘화색
7회초 5-5. 두산에 끌려가던 한화가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맞는 첫 수비.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모인 4000여 관중이 일제히 들썩였다. 2023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김서현(19·한화·사진)의 1군 첫 등판이었다. ‘괴물 루키’ 김서현이 1군에서 상대한 첫 타자는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한 두산의 외국인 거포 호세 로하스.
김서현이 로하스에게 던진 초구는 시속 154㎞ 빠른 공이었다. 관중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김서현은 자신의 장기인 빠른 직구와 고속 슬라이더로 로하스를 땅볼로 처리했고, 허경민과 이유찬을 강속구로 찍어 누르며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김서현이 이날 던진 직구 11개의 평균 구속은 구단 자체 측정시스템 트랙맨 기준 159㎞였다. 이유찬을 상대하며 던진 두 번째 공의 시속은 160.1㎞까지 찍혔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투구추적시스템(PTS) 기준 최고 구속은 157.9㎞였지만, 자신의 주 무기인 빠른 공의 위력을 뽐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냥 맞자는 생각으로 던졌다”는 김서현의 배짱은 대단했다. 안타나 홈런을 맞든 일단 빠른 공을 던졌다. 그가 이날 던진 17구 중 11구는 ‘직구’였다. 김서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열린 5번의 시범경기에 나서 5이닝 3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선전했으나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제구가 흔들린 탓이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사사구 6개를 상대에게 내줬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김서현을 퓨처스리그로 보내며 강점인 직구의 비율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김서현은 볼 카운트 0-3 상황에서도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한 직구를 던지기보다, 변화구를 뿌리는 습관이 있었다.
수베로 감독은 “타자들이 자신의 공을 콘택트 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고 김서현의 투구 패턴을 평가했다.
사사구 많았던 시범경기 이후 2군행
직구 위주 맷집 단련 결단 ‘성공적’
김서현은 감독의 요구대로 2군에서 직구 위주의 투구를 통해 ‘맞는 연습’을 했다. 그는 퓨처스리그 5경기에 나서 7이닝 6피안타(1홈런) 1실점을 기록하며 맷집을 키웠다.
1군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른 뒤 만난 김서현은 “2군에서 직구 위주로 던지며 (타자에게) 많이 맞다 보니, 오늘 경기도 그냥 맞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부담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투구를 했지만, 김서현에게도 걱정거리는 있었다. 그는 “경기 전에 잠을 조금 잤는데 홈런을 맞는 꿈을 꿨다”면서 “2군에서 홈런을 맞은 장면이 꿈에 또 나와 약간 불안했지만 경기가 잘 풀려 다행”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김서현은 팀 선배 문동주(20)의 최고 구속 160.1㎞(PTS) 기록을 넘볼 수 있는 대형 기대주다. 당장 목표는 1군 무대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데뷔전을 통해 또 한 명의 광속구 투수가 한국 프로야구에 등장했음을 제대로 알렸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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