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만과 반도체 협력 강화…일대일로 탈퇴 고려”
주요 7개국(G7) 나라 중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 중인 이탈리아가 대만과의 반도체 생산·수출 협력을 강화하는 대신 일대일로 사업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 관리들은 최근 대만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 및 수출과 관련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대만 측에 일대일로 사업 참여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대규모 해외 인프라 건설 사업이다. 이탈리아는 2019년 3월 당시 주세페 콘테 총리가 이탈리아를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G7 국가 중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나라는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당시 체결한 양해각서는 이탈리아가 취소하지 않을 경우 내년에 자동으로 연장된다.
이탈리아와 대만의 반도체 협력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과 함께 자동차 제조업 강국인 이탈리아는 반도체 수요가 높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 TSMC는 독일 드레스덴과 유럽 첫 생산공장 건설을 놓고 협의 중이다. TSMC는 지난해 이탈리아도 후보지 중 하나로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북동부 비가시오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미국 인텔과 합의했다.
이탈리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프랑스가 대만과 거리를 두며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8일 대만 언론들은 대만이 밀라노에 대사관과 영사관 역할을 할 ‘밀라노-타이베이 사무소’(판사처)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반중 성향이 강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선 직전 대만중앙통신사와 인터뷰하면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 결정에 대해 “큰 실수”라고 평가하며 자신이 총리가 되면 일대일로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멜로니 총리는 취임 이후에는 중국의 대만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이달 초 일부 이탈리아 의원들이 대만을 방문하려던 계획이 막판에 취소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탈리아 산업부 대변인은 이날 블룸버그 보도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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