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월스트리트나우] "연진아, 고마워"…넷플릭스, 수익 성장 이어갈 수 있을까
우편으로 영화 DVD를 대여해주던 한 비디오 대여점은 10년 뒤인 2007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비대면 문화가 급속도로 자리 잡았고, 이 플랫폼은 현대인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가입 가구만 2억 가구에 달할 정도니 어마어마 하죠.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세계 최대 규모 OTT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 Inc. 나스닥 상장, 티커명 NFLX) 이야깁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 마감 후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반응이 다소 엇갈렸습니다.
1분기 넷플릭스의 전체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7% 증가한 81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매출액은 8% 증가한 수치입니다. 주당 순이익(EPS)은 2.88달러로 시장 컨센서스(2.86달러)를 소폭 상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억1000달러로 13% 가량 감소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지표로 꼽히는 신규 가입자 수가 175만명으로 집계되며 시장 예상치였던 241만명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처음으로 가입자 수가 감소하면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실적 발표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연진이' 신드롬을 불러온 시리즈물 '더 글로리'에 대해 오리지널 신작 중 비영어권 TV 부문의 최고 히트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다양한 장르에서 선보인 신작 중 액션·스릴러 부문의 성공작으로 전도연 주연의 영화 '길복순'을 꼽기도 했고요.
주가는 어떨까요? 넷플릭스는 증시 활황이었던 지난 2021년 11월 장중 700달러를 고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지난해 5월 160달러대로 연저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현주가(현지시간 19일 종가 기준)는 323.12달러로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입니다. 금리인상 마무리 기대감이 커지면서 성장주들이 회복세를 보인 덕분에 올해 들어서만 13% 이상 상승했습니다.
실적 발표 당일 시간 외 거래에서 넷플릭스는 한때 10% 이상 하락했으나 곧 낙폭을 줄이면서 약보합(-0.20%)으로 마감했습니다. 1분기 실적은 다소 실망스럽지만 향후 수익 전망이 나쁘지는 않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죠. 다만 다음 개장일엔 3.17% 빠지긴 했네요.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계정 공유 금지 정책입니다. 비밀번호 공유 금지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구독자 감소에 영향을 주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입니다. 원칙적으로 넷플릭스는 계정당 '한 가정(가구) 공유제'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알고 계시다시피 한 계정으로 같은 가구 외에도 여러 명의 친구들이 함께 넷플릭스를 공유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해부터 넷플릭스는 이에 대한 단속과 함께 올해 1분기부터는 이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상태였고요. 한 가구 안에 거주하는 구성원이 아님에도 계정 공유자로 등록해 무료로 시청하는 이들을 유료 이용자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죠.
이번 실적 발표에서 넷플릭스 측은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올 2분기부터로 지연한다고 예고했습니다. 현재는 남미와 캐나다,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4개국에서 시범 운영 중입니다.
이와 관련, 넷플릭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장기적으로 유료 공유는 서비스를 개선함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더 큰 수익 기반을 보장 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2월에 변경 사항이 도입된 캐나다의 경우 오히려 유료 회원 기반이 더 커지고 매출 성장이 가속화됐다는 설명과 함께요.
넷플릭스에 따르면 공식 규정을 위반해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가구는 1억 가구 이상으로 추산되고, 이는 전체 사용자의 43%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계정 공유 금지가 당장은 신규 가입자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일리가 있습니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폴 버나는 "넷플릭스의 유료 비밀번호 공유 프로그램과 광고 사업이 '초기 과속 방지턱'에 부딪혔으며,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확장'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UBS의 미디어 분석가인 존 호둘릭도 "비밀번호 공유 단속이 넷플릭스의 초기 광고 사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고요.
하지만 넷플릭스가 여전히 성장성을 지닌 플랫폼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넷플릭스는 2분기 가이던스로 매출액 82억4000만달러(컨센서스 85억달러), 영업이익은 15억7000만달러를 제시했습니다. 2023년 잉여현금흐름(FCF)은 35억달러로 기존 대비 5억달러 상향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선도적인 혁신가'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며 넷플릭스를 올해 2분기 최선호주로 꼽았습니다.
한편 지난해 11월 지난해 11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에서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에 대한 기대감은 긍정적인 요인 중 하나입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초기 단계가 효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체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가격적 메리트가 있는 광고 요금제를 찾는 구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광고형 요금제 도입 2개월 만에 미국 내 월간 이용고객 수(MAU)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보도가 있었던 만큼, 광고형 요금제가 구독자 유치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는지가 주가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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