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하청 ‘결사의 자유’ 한국은 거꾸로 간다”

조해람 기자 2023. 4. 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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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교섭권’ 국제토론회
커티스 부국장 “고용관계 상관없이 인정, 글로벌 스탠더드”
정부 화물파업 등 부적절 대응 지적…“권리 보장 노력해야”

국제 노동전문가들이 특수고용노동자(특고)나 하청 등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특고·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은 국제적 흐름인데, 한국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과 건설노동자를 공격하면서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등 적절치 못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결사의 자유 분야를 담당하는 카렌 커티스 노동기준국 부국장은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ILO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과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보장 국제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커티스 부국장은 ‘고용관계 등 형식과 관계없이 타인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사람을 노동자로 규정’하는 것이 ILO의 기본 방향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특고노동자는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탓에, 법원까지 가서야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커티스 부국장은 “(ILO의 방침은) 고용상 지위에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와 그들의 대표들은 모든 종류의 반노조적 차별, 괴롭힘 또는 협박으로부터 효과적인 보호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특고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ILO의 권고를 수용해 기존에는 ‘자영노동자’로 분류돼 경쟁법 적용을 받던 성우와 음악가, 프리랜서 언론인의 경쟁법 적용을 해제했다. 유럽연합(EU) 경쟁법에서는 오케스트라 프리랜서 음악가도 노동자로 보고 있다.

커티스 부국장은 지난해 한국의 화물 파업을 두고 “헌법상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은 승인받았으나,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해석돼 단체교섭권이 온전하게 보장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는 자영(특고) 노동자들의 노조활동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와 협의하고, 구체적인 단체교섭 메커니즘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청 등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교섭권을 보장하려면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노동법률가네트워크 대표인 제프리 보그트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위원은 발제문에서 “많은 국가의 노동법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사실상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자를 사용자 개념에 포함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원청이 포함될 수 있고, 하나 이상의 당사자가 공동 사용자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보그트 위원은 지난해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을 예로 들었다. 이 시행령은 “노동자의 기본적 노동조건을 지배하는 사항들을 공유하거나 공동으로 결정하는 경우” 사용자 또는 공동 사용자로 규정한다.

한국의 경우 하청노동자들과 원청의 교섭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서 노조법상 하청노동자들과 마주 앉을 수 있는 ‘사용자’는 하청업체다.

이에 ‘사용자’를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 자’로 정의한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은 지난 2월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2개월째 계류돼 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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