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곳곳 장애인들의 외침 “장애인의날, 차별 철폐의 날 돼야”

김세훈·김송이 기자 2023. 4. 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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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권 보장·희귀질환 급여 확대 요구 등 집회·시위 잇따라
장애인의날인 20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열린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의날인 20일 서울 도심에서는 장애인 복지정책 확대, 이동권 보장, 희귀질환 치료제 급여 확대 등 장애계 주요 현안 해결을 요구하는 집회·시위가 잇따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오전 8시쯤 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3일 시청역에서 서울시와 기획재정부에 대화를 촉구하며 시위를 중단한 지 28일 만이다.

이들은 “장애인도 시민이다. 열차에 태워달라” “장애인의날에 장애인의 지하철 탑승을 막느냐”고 외치며 탑승을 시도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하철 탑승은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시민의 권리”라며 “앞으로 어떤 압박에도 계속 지하철을 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가 우리가 요구한 특별교통수단 예산에 대한 답을 준다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희귀질환 환자들은 치료제 급여 확대를 요구했다.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환자들과 전장연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의 급여 기준 확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스핀라자의 보험 적용 기준이 까다롭고 투약을 시작하더라도 증상이 개선·유지되는지 평가를 받아야 하므로 매년 탈락할까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스핀라자는 전신 근육이 점차 약화하는 SMA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1회 투여 비용이 약 9200만원에 달한다. 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약 60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투여자의 운동기능을 매년 평가한 뒤 급여 적용을 지속할지 결정한다.

노금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기존에 스핀라자를 투약받던 분들이 갑자기 기준이 강화됐다는 명목으로 심사에서 탈락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고 했다. 정혜인 SMA 청년 스핀라자 공동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조건에 부합해 치료받던 이들도 현재 병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에서 탈락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SMA 진단을 받아 스핀라자 투약을 준비 중인 임재원씨(34)는 “코로나19가 그랬듯 이 병은 누구의 책임도 잘못도 아니다. 이것을 책임질 수 있는 건 국가밖에 없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발달장애인의 주거·노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전국발달장애인부모연대는 이날 오후 2시 삼각지역 앞 야외무대에서 집회를 열고 “생애주기 돌봄 정책은 대폭 축소되고 최중증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사업도 탁상행정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무책임한 정부에 맞서 우리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4월20일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날이 아니라 이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철폐하는 날이어야 한다”며 “더는 장애인 가족이 모든 짐을 떠안고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고 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20년 넘게 발달장애인들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외쳤다. 부모는 머리를 깎고 도로를 기었다. 이제는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집행해 이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했다.

김세훈·김송이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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