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가구업체, 아파트 가구 ‘2조원대 입찰 담합’
전·현직 임직원 무더기 기소
“순번 정해 최저가 낙찰 유도”
‘자진신고형벌감면’ 첫 사례
2조3000억원대 아파트 가구 입찰 담합을 벌인 혐의로 국내 주요 가구업체 법인과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0일 건설산업기본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한샘·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8개 가구업체 법인과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중요 증거자료를 은닉·폐기한 영업 담당 직원 2명은 증거인멸·은닉교사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4개 건설업체가 발주한 아파트 신축 현장 783건의 주방·일반 가구공사 입찰에 참여해 낙찰예정자와 입찰가격 등을 합의해 써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담합한 입찰규모는 약 2조3261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사전 모임을 통해 낙찰 순번을 합의하고 입찰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한 뒤 ‘들러리 입찰’을 세워 합의된 업체가 최저가로 낙찰받도록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낙찰받은 업체가 높은 공급단가로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빌트인 가구를 시공해 이익을 얻는 구조다.
검찰은 “빌트인 가구 담합은 분양가를 상승시켜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어렵게 한다”며 “그동안 불법적 관행이 만연해 있었고, 관여한 임직원도 별다른 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법인이나 실무자 선에서만 처벌이 끝나지 않도록 담합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대표이사 등에게도 책임을 물어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카르텔 형벌감면제도(리니언시) 제도로 검찰이 인지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첫 사례다. 검찰은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이 아닌 업체 측의 자진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 예규에 규정된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을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한 자는 형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달 초 공정위에 업체 8곳에 대한 고발 요청을 했다. 당초 수사망에 오른 가구 업체는 9곳으로 알려졌으나 담합을 자진신고한 현대리바트는 고발 요청 범위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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