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전세사기·따돌림…‘병든 세상’ 등지는 청년들
아이돌 가수 사망 소식까지
청년들 “한국의 병폐 압축”
“MZ담론, 현실 가려” 지적도
강남 10대 투신 사망,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네이버 개발자 사망 사건에 이어 아이돌그룹 멤버의 사망 소식까지 들려오자 청년층 사회안전망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뜻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사건 배경에는 청소년·청년 세대가 병들어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MZ세대 담론이 청년 문제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이돌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씨(25)가 지난 19일 저녁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에 20대 청년들은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청년층의 ‘우울증’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6)는 20일 “과거에도 아이돌이나 유명인 사망 사건이 있었지만, 이번 소식은 다른 의미로 충격이 크다”며 “소속사와 갈등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거나 힘든 내색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 주말 10대 투신 사건부터 연이어 세상을 등진 이들에 대한 보도가 나와 정신적으로 힘들다”면서 “(문빈을 향해) ‘괜찮아 보였는데 왜?’라는 반응이 많은데, 주변에 우울증을 앓는 친구들은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직장인 A씨(31)는 “더 이상 ‘극단적 선택’이 특정 직업군이나 집단의 문제로만 여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최근 발생한 사망 사건들이 한국 사회 병폐를 압축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16일 발생한 10대 여성 투신 사건은 청소년 우울증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 여성이 활동한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는 10대 청소년에 대한 그루밍 성착취가 빈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숨진 31세 여성은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전세사기 피해자다. 20·30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사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네이버 30대 여성 개발자 사망 사건의 경우 이 여성이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족 주장이 나왔다.
직장인 최모씨(27)는 “속단할 수는 없지만, 최근 사망 기사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내 처지를 투영하게 된다”면서 “우울증, 전세사기, 따돌림 등 모든 문제가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또 “신입사원 퇴사율이 높다고는 하는데 당차고 개척정신이 강해서가 아니라 이러다 죽을 것 같아서 퇴사한다는 친구들이 더 많다”면서 “사회에선 그런 부분을 몰라준다”고 했다.
대학생 이모씨(23)는 “특히 기성세대는 지금 청년세대 중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며 “언론이나 정치권에선 MZ세대 하면 할말 다 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오히려 지쳐있거나 살아가는 게 버겁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더 많다”고 했다.
지난해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우울증 진료환자 통계’를 보면, 2021년 우울증 진료환자는 93만3481명으로 2020년(84만8430명)에 견줘 10% 늘었다. 2017년과 비교해 연령대별 환자 증가 폭은 20대 127.1%(연평균 22.8%), 10대 90.2%(연평균 17.4%), 10대 미만 70.2%(연평균 14.2%), 30대 67.3%(연평균 13.7%) 순으로 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회환경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진·전지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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