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이라 믿었는데”…사기·감금에 성폭행까지
[앵커]
보신 것처럼 오늘(20일)은, 함께 걸어가자는 의미를 담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특별한 날에만 반짝 주목받기보다 평범한 일상을 똑같이 누리고 싶다는 KBS 허우령 앵커의 이야기를 들으셨는데요.
또 다른 한편에선 평범한 일상은커녕 심각한 ‘착취’에 시달리는 장애인도 있습니다.
["새벽부터 잠도 못 자고 눈 뜨고 하면 소금만 만들고..."]
9년 전 알려진 '염전 노예'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60명 넘는 지적장애인들이 감옥과 다름없는 환경에서 일해온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습니다.
그 뒤,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지금도 장애인 학대는 매년 천 건 정도 발생하고 오히려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특히, 학대라는 사실을 제대로 깨닫기 힘든 지적장애인이 열 명 중 일곱 명꼴로 피해를 당하는데 그 실태를, 먼저 이유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적장애인 김 씨 형제는 3년 전, 친하게 지내던 '동네 형'에게 고마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일자리'를 소개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신 소개비를 달라고 했습니다.
[김성일/피해자 : "상점이 있었어요. 거기서 너희들 취업시켜주겠다."]
대출을 받아 3천만 원을 줬지만 취업은 감감무소식이었고, 택배 상·하차 등 일용직으로 일하며 돈을 벌게 했습니다.
그러고선 대출금을 은행에 대신 갚아준다고 속이고, 계속 돈을 받아갔습니다.
[김성일/피해자 : "'(돈을) 벌 때마다 다 보내라' 라고 (가해자가) 말을..."]
돈을 못 보내면, 폭행이 따라왔습니다.
[김성국/피해자 : "맞으면서 돈, 다 가진 것들을 다 빼앗길 때에도, 저는 지켜만 볼 수밖에 없어 갖고..."]
김 씨 형제는 2년 7개월간 8천만 원을 착취당했고, 공과금을 못내 살던 임대주택에서 쫓겨났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가해자 지인이 신고하고서야 경찰 수사가 이뤄졌습니다.
중증 지적 장애인 신 모 씨도 지인들에게 속아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1년 전,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따라간 곳은 강원도의 한 모텔.
그리고는 3개월 동안 이곳저곳에서 사실상 감금돼 하루 12시간씩 일했습니다.
[신○○/피해자 : "네이버에 비상장 주식 뭐라고 있거든요? 맨날 전화 돌리라고…."]
주식 사기의 전화 모집책이었는데, 실적이 안 좋다며 얻어맞기 일쑤였습니다.
[신○○/피해자 : "한 건도 못하면 그냥 맞거나. 얼굴 주변 맨날 때렸어요. 많이 아팠어요."]
신 씨 명의로 대출 등도 마구잡이로 진행돼 3천만 원을 잃었고, 성적 학대까지 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 고모의 도움을 받고서야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습니다.
[박정식/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 "(피해를)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복 학대도 굉장히 많거든요. 신체하고 경제적 학대가 같이 일어난다든지."]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건 피해를 입은지 9개월 뒤.
증거 등을 수집하느라 또 한참이 걸렸고, 수사는 지난달에야 시작됐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김태현 서원철/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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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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