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이해에 대한 갈증이 빚어낸 ‘힐링소설’ 열풍[오늘과 내일/손효림]
손효림 문화부장 2023. 4. 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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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어때?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엄마가 좋아하실까?" "음, 둘 다 괜찮을 것 같아." 얼마 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소설 판매대에서 자매로 보이는 두 여성이 책을 한 권 한 권 찬찬히 살펴보며 작은 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
소설 판매대에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1·2'(이미예 지음), '불편한 편의점1·2'(김호연 지음),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지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 지음) 등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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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서점… 일상 공간서 치유 그린 소설
본모습-속내 표현하기, 현실서는 어려워
본모습-속내 표현하기, 현실서는 어려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어때?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엄마가 좋아하실까?”
“음, 둘 다 괜찮을 것 같아.”
얼마 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소설 판매대에서 자매로 보이는 두 여성이 책을 한 권 한 권 찬찬히 살펴보며 작은 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고르는 것 같았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 지음)는 옷에 묻은 얼룩을 지우듯 마음의 상처를 사라지게 하는 신비로운 세탁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무라세 다케시 지음)은 열차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이들이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에서 사고가 난 날의 열차에 올라 딱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 판매대에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1·2’(이미예 지음), ‘불편한 편의점1·2’(김호연 지음),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지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 지음) 등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 있었다. 자그마한 건물과 사람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포근하게 그린 표지가 많았다. 한 지인은 “요즘 인기 있는 소설책 표지가 워낙 비슷해 얼핏 보면 한 시리즈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편의점, 서점, 도서관 등 일상 속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위로를 전하는 소설들이 수년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북카페, 세탁소, 초콜릿 가게 등 업종(?)도 점점 더 다양해지는 추세다 (당연한 얘기지만 작품마다 완성도는 제각각이다). 출판계에서는 “소설을 쓰려면 아직 등장하지 않은 가게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이른바 ‘힐링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등 과거 일본에서 있었던 현상이 시간차를 두고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힐링 소설의 인기는 상처받고도 호소할 데 없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걸 의미한다. 책 후기에는 재미있었다는 반응과 함께 자신처럼 평범하고 마음을 다친 등장인물이, 자신도 종종 이용하는 공간에서 상처를 다독이는 과정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손님이 줄어 답답한 마음에 홀로 소맥을 들이켜는 정육식당 최 사장이 앉은 편의점 야외 테이블 아래에 슬쩍 갖다 놓은 모기향(‘불편한 편의점2’), 줄야근하며 애써도 계약직에서 벗어날 수 없자 자신을 집어삼킬 정도의 분노에 휩싸인 정서가 뜨개질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서점의 구석 자리(‘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소소하지만 마음 한편을 채워 준다.
사회적 위치에 상관없이 그 사람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여 주는 공동체에 대한 갈증도 엿보인다. 법조인을 목표로 곁눈질 없이 공부해 변호사가 된 후 정신없이 일하다 갑상샘암 판정을 받자 살아가는 이유를 짚어보게 된 소희, 뮤지컬 연출가의 꿈을 접고 아버지 회사에서 억지로 일하던 중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무기력감에 빠진 수혁에게 북카페 사장과 직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저 지켜보다 이들이 입을 열면 귀 기울일 뿐이다(‘책들의 부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고,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지 않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작은 공간. 간절히 원하지만 실현하기는 쉽지 않기에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달래고 있다.
“음, 둘 다 괜찮을 것 같아.”
얼마 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소설 판매대에서 자매로 보이는 두 여성이 책을 한 권 한 권 찬찬히 살펴보며 작은 소리로 얘기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을 고르는 것 같았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 지음)는 옷에 묻은 얼룩을 지우듯 마음의 상처를 사라지게 하는 신비로운 세탁소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무라세 다케시 지음)은 열차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이들이 사고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에서 사고가 난 날의 열차에 올라 딱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 판매대에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1·2’(이미예 지음), ‘불편한 편의점1·2’(김호연 지음),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 지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 지음) 등이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 있었다. 자그마한 건물과 사람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포근하게 그린 표지가 많았다. 한 지인은 “요즘 인기 있는 소설책 표지가 워낙 비슷해 얼핏 보면 한 시리즈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 편의점, 서점, 도서관 등 일상 속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위로를 전하는 소설들이 수년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북카페, 세탁소, 초콜릿 가게 등 업종(?)도 점점 더 다양해지는 추세다 (당연한 얘기지만 작품마다 완성도는 제각각이다). 출판계에서는 “소설을 쓰려면 아직 등장하지 않은 가게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이른바 ‘힐링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등 과거 일본에서 있었던 현상이 시간차를 두고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힐링 소설의 인기는 상처받고도 호소할 데 없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걸 의미한다. 책 후기에는 재미있었다는 반응과 함께 자신처럼 평범하고 마음을 다친 등장인물이, 자신도 종종 이용하는 공간에서 상처를 다독이는 과정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손님이 줄어 답답한 마음에 홀로 소맥을 들이켜는 정육식당 최 사장이 앉은 편의점 야외 테이블 아래에 슬쩍 갖다 놓은 모기향(‘불편한 편의점2’), 줄야근하며 애써도 계약직에서 벗어날 수 없자 자신을 집어삼킬 정도의 분노에 휩싸인 정서가 뜨개질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서점의 구석 자리(‘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소소하지만 마음 한편을 채워 준다.
사회적 위치에 상관없이 그 사람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여 주는 공동체에 대한 갈증도 엿보인다. 법조인을 목표로 곁눈질 없이 공부해 변호사가 된 후 정신없이 일하다 갑상샘암 판정을 받자 살아가는 이유를 짚어보게 된 소희, 뮤지컬 연출가의 꿈을 접고 아버지 회사에서 억지로 일하던 중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무기력감에 빠진 수혁에게 북카페 사장과 직원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저 지켜보다 이들이 입을 열면 귀 기울일 뿐이다(‘책들의 부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주고, 어떻게 비칠지 고민하지 않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하는 작은 공간. 간절히 원하지만 실현하기는 쉽지 않기에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달래고 있다.
손효림 문화부장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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