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때부터 망신 당했던 구글 바드, 직접 써보니
[IT동아 권택경 기자] 구글 바드가 국내에서도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드는 구글의 인공지능 챗봇이다. 오픈AI의 챗GPT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챗봇의 대항마 격이다. 지난달 21일부터 미국, 영국에서 먼저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구글 바드를 이용하려면 먼저 구글 바드 웹페이지에서 대기 목록에 등록해야 한다. 실제 직접 대기 목록에 등록하고 나니 10분 뒤에 곧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메일이 왔다. 대기열이 그리 길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글 바드의 첫인상은 빙 챗봇보다는 챗GPT에 좀 더 가깝다. 좌측에 채팅 기록 초기화, 이전 채팅 기록 확인 등의 메뉴가 있고 화면 가운데에는 채팅창이 자리 잡고 있다. 아쉽게도 구글 바드는 아직 영어만 지원한다. 구글이 그동안 선보였던 인공지능 관련 기능 상당수가 수년이 지나도록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은 전례를 생각하면, 구글 바드의 한국어 서비스를 조만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구글 바드에게 ‘독도에 대해 알려줘’라고 요청해봤다. 독도가 한국에서는 독도, 일본에서는 다케시마로 불린다는 사실, 동도와 서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한국이 실효 지배 중이지만 일본이 영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 등 생각보다 상세하고 정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물론 부정확하거나 사실 여부 확인이 곤란한 내용을 말하기도 했다. 예컨대 바드는 독도가 7세기 무렵 한국 측 문서 처음으로 언급된다고 말했지만, 일치하는 자료나 출처를 찾을 수 없었다. 대신 7세기에 독도를 신라 영토로 표기한 일본 고대 지도가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를 찾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바드와 대화해 보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완성도가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공개 행사 때 오답으로 망신을 사며 최악의 첫인상을 남기긴 했지만, 빙 챗봇과 비교해 특별히 더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완성도다. 말실수를 줄이기 위해 말을 다소 아낀다는 인상을 주는 빙 챗봇보다는 거침없는 답변을 내놓으며, 제공하는 정보량도 풍부한 편이다.
빙 챗봇 또한 마찬가지로 공개 행사에서 오답을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으니, 공개 행사 때 오답을 낸 일만 갖고 바드를 빙 챗봇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하는 건 구글로서는 억울할 노릇일 것이다.
아무 대답이나 그럴싸하게 지어내는 현상, 이른바 AI 환각도 챗GPT에 비해 덜한 편이다. 챗GPT의 능청스러운 답변으로 화제가 됐던 ‘세종대왕의 맥북 던짐 사건’에 대해 묻자 “세종대왕 맥북 던짐 사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세종대왕은 1418년부터 1450년까지 재위한 조선의 4번째 왕이고, 맥북은 2006년에 처음 출시된 노트북”이라며 “세종대왕과 맥북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답변했다.
구글 바드에는 빙 챗봇처럼 대화 스타일을 고르는 기능은 없지만, 대신 여러 답안을 동시에 제시한다는 게 특징이다. 최대 3개까지 답안을 제시하는데 내용이나 형식이 조금씩 다르다. 직접 확인해 보고 마음에 드는 답변을 선택해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다.
답변 내용이 의심스럽거나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할 때 직접 구글 검색을 할 수 있도록 ‘구글 검색하기’ 버튼도 마련해 두었는데, 선택하면 답변 내용과 관련된 검색 주제를 제안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문장마다 출처가 된 웹페이지를 각주 형태로 첨부하는 빙 챗봇보다는 덜 직관적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전 대화 기록에 프롬프트 내용은 기록되지만 바드의 답변 자체는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챗GPT와 달리 이전 답변 내용을 확인하거나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다는 의미다.
구글은 바드가 어디까지나 ‘실험’ 기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빙 챗봇의 ‘미리보기’라는 표현보다 훨씬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구글 측은 “바드를 개선하며 코딩, 더 많은 언어, 멀티모달 경험 등의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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