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할 줄 알았는데”…긴장감 흐르는 공사현장, 무슨 일이
시공단 공사비 인상 요구에
조합 총회서 계약해지 추진
재개발조합 측이 ‘최악의 경우 시공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드 컨소시움)과 맺은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배수진을 치고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기 때문이다.
시공단을 교체하면 1년 이상 착공이 늦어지지만, 이런 위험을 감수할만큼 조합의 태도는 강경해보였다.
이곳은 축구장 22개 넓이 규모 약 16만㎡ 용지에 아파트 3487가구를 짓는 초대형 개발사업이다. 지하철 8호선 산성역을 지척에 둔 초역세권으로 시장 주목도가 높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철거작업은 어느새 막바지에 들어섰다. 평소였다면 별 위기없이 분양을 거쳐 입주까지 한걸음에 내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공사현장을 직격한 인플레이션이 순탄하게 흘러가던 사업 발목을 잡았다. 건설원자재 가격이 2~3년간 40% 이상 급등하고 주 52시간 근무시간 적용 등으로 인건비가 올라 과거 기준 공사비로는 도저히 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건설사는 주장한다.
시공단 측이 ‘손해를 보고 집을 지을 수 없으니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청하자 조합 측이 ‘멋대로 공사비를 올리면 계약자체를 무르겠다’고 대응한 것이다. 이같은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정비사업장이 멈추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산성구역 재개발조합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시공단 계약 해지 안건 등을 논의한다. 지난 2월 시공단이 계약서에 써있는 3.3㎡ 당 공사비 445만원을 667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불붙었다. 수차례 협상을 통해 시공단의 최종요구는 3.3㎡당 642만원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이를 수용할 수 없어 ‘기존 계약을 무시할땐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내용증명을 시공단에 보냈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단 얘기대로 공사비를 올리면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을 2억원 가까이 더 내야 한다”며 “물가 지수가 뛴 걸 감안해도 3.3㎡당 550만원 정도가 적정한데 시공단이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공단은 조합 측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조합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는 적자가 너무 심해 공사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익은 아예 포기하고 적자만 보지 않는 수준에서 본공사에 들어갈 수 있게 조합이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합과 시공단이 산출한 적정 공사비 수준에 상당한 간극이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이미 전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개발 사업현장에서도 치열한 공사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방화6구역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기존 공사비를 34.8%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조합 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역시 조합과 시공사인 대우건설간 공사비 협상이 진행중이다. 2019년 계약한 3.3㎡당 공사비 426만6900원으로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고 시공사는 주장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사비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더 늘어나면 향후 주택 공급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시공사 측에서 전문 지식이 없는 조합을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 자세한 데이터를 가져와야 일이 풀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사비 인상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던 조합과 시공사가 극적인 협상 타결을 이루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노력 여하에 따라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3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사(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와 공사비를 3.3㎡ 당 638만5000원으로 올리는 것에 합의했다. 기존 공사비(3.3㎡ 당 439만5000원) 대비 45% 오른 공사비로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1지구재건축조합 역시 최근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제시한 공사비 증액안건을 통과시켰다. 최종 공사비는 3.3㎡당 675만원으로 타결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적자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으로 신규 공사비를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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