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깡통’ 시한폭탄…피해유형 다양, 쉽잖은 특단 대책
‘선 지원 후 구상’은 채권가액 전부 보장 안 해…매입가격 하락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이어 인천 미추홀구, 경기 동탄, 부산 서면 등 전세사기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형태가 지역마다 다른 데다 세입자들이 처한 환경도 달라 단일 해법이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제시한 대책의 장단점을 짚어봤다.
■ 우선매수청구권과 공공매입임대
20일 정부와 여당이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 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실질적인 대책’이라며 내놓은 방안은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이다. 임차인 우선매수청구권이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됐더라도 세입자가 해당 낙찰금액을 법원에 내면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최고가 낙찰제도’ 때문이다. 임차인은 매수를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만 있을 뿐 낙찰가격을 낮출 수는 없다. 예컨대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주택의 감정평가액이 1억원으로 책정됐더라도 응찰자 간에 경쟁이 붙어 최고가가 1억3000만원이 됐을 경우 임차인은 1억3000만원을 내야만 해당 집을 사들일 수 있다.
‘대항력’도 문제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대부분의 임차인들이 해당 빌라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이후에 전입신고를 했다. 이 때문에 후순위 채권자로 밀렸다.
1순위 채권자라면 전세보증금을 제한 금액만 추가로 마련하면 경매로 넘어간 빌라를 낙찰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후순위 채권자라면 낙찰금액 전부를 피해자들이 마련해야 한다. 전세보증금이 전 재산인 임차인들로서는 아무리 정부가 저리로 대출상품을 내놓더라도 추가 대출은 부담스럽다.
공공매입임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세입자들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세입자들은 해당 주택에 거주는 할 수 있지만 보증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 공공기관이 매입하며 지불한 자금이 선순위 채권자들(은행 등)에게 먼저 돌아가기 때문이다.
■ 선 지원 후 구상
‘선 지원 후 구상’이란 캠코 등 채권 매입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대신 지급해주고, 그 채권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채권을 매입한 기관은 해당 채권을 기초로 주택을 팔거나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해 채권 매입 비용을 회수한다.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채권 매입기관이 채권을 매입할 때 해당 채권가액 전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세사기 피해자가 1억원의 전세보증금 채권을 갖고 있다면 캠코가 매입하는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다. 즉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이 1억원이더라도 3000만~5000만원에 자신의 보증금 채권을 채권 매입기관에 넘겨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채권을 넘기면 피해자들은 더 이상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요구할 수 없다. 또 현행법상 캠코가 개인의 채권을 매입하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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