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유동규에 1억 호의로 줘"…재판부 "앞뒤 너무 안 맞아"

김진아2 기자 2023. 4. 2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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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021년초 수표 4억, 현금 1억 유동규에 건네
"순전히 호의 차원…4억은 돈 빌린 남욱에 줘"
"'걸리면 다 죽어' 4명에 김용은 없어" 주장
정진상 20억 요구도 부인…"유동규한테 들어"
진술 모순에 재판부 "만들어내지 말라" 지적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지난 2월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02.17. kgb@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박현준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2021년 1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에게 5억원을 줬다는 줬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 중 현금으로 유 전 본부장에게 준 1억원에 대해선 어디까지나 호의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한 4명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되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의 관계성은 전면 부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20억원 요구를 받았다는 의혹 역시 유 전 본부장이 요구 당사자였다고 했다.

김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외 3명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진술했다.

김씨는 '2021년 1월31일 유동규에게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을 건넸느냐'는 검찰 질문에 "지금까지 부인했지만 오늘 처음 얘기한다"며 "4억원의 경우 남욱에게 3억원을 빌려 이자를 포함해 정리하고 싶었고 1억원은 순전히 호의로 유동규에게 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시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여당 대선후보로 부상했던 상황을 거론하며 '대선 자금으로 쓰일 생각을 못했느냐', '이전부터 이재명의 대선 자금을 요구했던 유동규가 이를 전용한다고 예상하지 못했느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김씨는 "딸이 미국에 가 있는 것도 알고 대선과는 상관 없이 호의로 줬다"며 "(대선 자금 관련) 일체 예상하지 못했고 돈을 어떻게 쓰는지 일일이 간섭할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김씨는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유 전 본부장에게 5억원을 건넬 때) 걸리면 4명이 다 죽는다'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이는 유동규, 김만배, 남욱, 정영학"이라고 답했다. 앞서 이 사건 증인으로 출석했던 정 회계사는 이 4명을 두고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진술했는데, 이와 배치되는 내용으로 이 사건 피고인인 김 전 부원장과의 관계성을 부인한 것이다.

재판부가 "정영학 증인이 이 법정에서 똑같은 질문에 분명히 자신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 피고인이 포함된 것 아니냐"고 하자, "김용은 포함된 적이 없다. 그 당시 (대장동 사업 관련) 공통비 지출로 싸움을 하며 허언을 너무 구체적으로 해 변명에 힘들었다. 정영학을 구체적으로 믿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이런 대화가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김씨는 정 전 실장으로부터 대선 자금 명목의 20억원 마련을 요구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2019년 12월 '김용의 북콘서트'에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김용 부원장 블로그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검찰이 '2021년 2월 무렵 정진상으로부터 20억원을 마련해달라 요구를 받았느냐'고 묻자 그는 "그런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2020년 5월 무렵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대장이 대선에 나갈거니 20억원을 달라'고 들었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해줄 수 있느냐고 들었다. 왜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딱 잘랐다"고 답했다.

그는 "2020년 5~6월 정도 그런 얘기를 하길래 '정치판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했다"며 "(누구에게 요청을 받은 것은) 없었고 자기 생각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역시 정 회계사의 진술과는 배치되는 부분으로 재판부로부터 신빙성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 회계사는 증인신문에서 "2021년 2월 김만배가 '정진상이 (성남시) 시장실로 불러 20억원을 마련하라 했다"고 진술했다. 정 회계사는 당시 김씨가 스트레스를 받아 욕설을 하기도 했다며 구체적 진술을 한 바 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씨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관련 진술의 앞뒤가 너무 안 맞는다. 본인도 느끼지 않느냐"며 "자꾸 만들어내려 하지 말고 본인 혐의에 증언이 어려우면 차라리 거부하라"고 경고했다.

또 김씨가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대해 "구치감에서 남욱과 함께 대기했는데 '대장이 당 대표가 됐으니 싸워야죠'라고 말해 추상적으로 알았다"고 답하자 재판부는 우회적으로 불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구치감이나 구치소에서 주요 피고인들이 원활히 소통이 됐다니 이례적인 느낌"이라며 "증인이 들었다는 게 있고 말했다는 사람이 있으니 이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는 5월4일 다음 공판을 열고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은 2010년 7월~2014년 6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특혜를 주는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4회에 걸쳐 1억9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민주당 예비경선이 진행되던 지난 2021년 4~8월, 4차례에 걸쳐 남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을 수수했고 이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과 공모한 것으로도 의심하고 있다. 다만 일부 금원은 유 전 본부장이 사용해 실제로 건네진 것은 6억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parkh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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