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 말라” “적대 행위”…중·러 격앙

이종섭·선명수·박은경 기자 2023. 4. 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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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우크라·대만 문제 언급에 불편함 표출하며 반발 수위 높여
대통령실 “러에 달려” 일축…중엔 “심각한 외교 결례” 주한 대사 초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시사하고,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놓고 러시아와 중국이 “반러시아 적대 행위” “말참견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를 향해 “향후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일축하는 한편 중국을 향해서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있는 한국이 중·러와 각을 세우며 거친 말까지 주고받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될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 관련기사 3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전날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반도 주변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우려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면서 “한국 국민이 북한의 수중에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있는 것을 보면 무엇이라 말할지 궁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인터뷰의 파장은 중국으로도 옮겨붙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과 한국은 모두 유엔에 가입한 주권 국가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성질과 경위가 완전히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한국 측이 중·한 수교 공동성명의 정신을 제대로 준수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수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 역시 중·러를 향해 공격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시사 발언이 “상식적이고 원론적인 대답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당국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코멘트를 한 격이 되는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향후 러시아에 달려 있다고 거꾸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는 중국을 향해서도 “입에 담을 수 없는 발언을 했다”고 날을 세웠다. 외교부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을 우리 정상이 언급한 데 대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은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이날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윤 대통령의 인터뷰로 전 세계 갈등의 가장 큰 두 축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 문제에 한국이 깊숙이 빨려들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선명수·박은경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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