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한 한국 사법 시스템 부러운 일본

니혼게이자이 ‘한류 재판’ 보도
노트북 가방 하나면 재판 진행
日 변호사와 대조적 모습 제시

‘전용 사이트에 올리면 되는 재판 관련 서류. 재판 진행의 편리함은 물론 충실화.’

일본 주요 일간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에서 ‘한류(韓流) 재판’이라 이름 붙인 디지털화한 한국 사법 시스템의 특징이다. 신문은 노트북이 든 서류 가방 하나면 재판 진행이 가능한 한국 변호사의 모습을 전하며 “일본 변호사들이 서류가 잔뜩 든 캐리어를 끌고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라는 부러움 섞인 평가도 내놨다. 한국의 이런 시스템을 자국 제도의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본보기로 제시한 것이다.

신문은 “한국 법조계를 홀가분하게 한 것은 2010년 도입된 전자소송 시스템”이라며 “종이로 제출한 서류를 전용 사이트에 업로드할 수 있게 한 법 개정으로 법정 풍경은 일변했고, (재판의) 신속화에도 기여했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 대법원 자료를 인용해 “(전자소송 시스템은) 2021년 특허재판에서 100%, 81만건의 민사재판 중 97%에서 사용됐다. 국민의 고유번호(주민등록번호)에다 전용 코드를 통해 본인 확인을 할 수 있는 등 부정 방지에도 빈틈없다”고 평가했다.

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영근 변호사는 “2∼3분에 끝낼 수 있는 절차는 온라인으로 하고, 증인 심문 등 중요한 것은 대면으로 시간을 확실히 할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문은 한국 외에 미국, 영국이 전자화한 사법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전하면서 “2020년 5월 싱가포르 고등법원이 마약 밀매 사범에게 줌(Zoom)으로 사형을 선고한 것은 상징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미국의 일부 주 법원에서 재범 데이터, 피고인의 처지 등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재판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타 쇼조 메이지대 교수는 신문에 “해외에서는 AI에 심층 학습을 시키고, 판결문 등의 데이터베이스화도 진행해 왔다”며 “일본 제도의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