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요즘 점심 먹고 커피 마셔요… 고물가시대 직장인 식사트렌드 [이슈+]

조성민 2023. 4. 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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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대상 조사 “전보다 점심값에 부담을 느낀다” 63.6%
직장인 점심값 평균 9000원…10명 중 3명 “후식 자제한다”
물가 고공행진…외식물가 상승률, 전체 평균 22개월째 상회

“누가 요즘 점심 먹고 커피 마시나요.”

고물가시대 직장인 식사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특히 외식비 물가가 치솟으면서 점심을 먹고 후식을 먹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이들이 늘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14일 발표한 ‘직장인 점심식사 관련 인식 조사’(전국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를 실시한 결과 “이전보다 점심값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가 63.6%를 차지했다.

한 직장인이 서울 시내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커피를 포장 후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중구·용산구 직장인 부담 가장 큰 것으로 

이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은 점심값으로 평균 8000∼9000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점심값 부담 때문에 간편식으로 점심을 때우거나(43.5%, 동의율) 아예 식사를 거른다(32.6%)고 답한 이도 상당수였다. 점심식사 후 후식을 자제하는 경우도 30.7%로 적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물가지수가 높은 서울 지역 직장인 부담도가 특히 높은 수준이었으며(서울 41.5%, 경기·인천 35.0%, 지방 광역시 24.7%, 기타 지방 30.2%), 서울 지역 내에서도 중구·용산구 직장인이 식대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54.8%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강남·서초·송파 45.3%, 여의도·영등포 41.2%, 마포·종로 34.0%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현재 근무 중인 회사 점심시간은 오후 12~12시30분(42.2%)에 시작해, 약 30분~1시간(44.1%) 내지 1시간~1시간30분(48.1%) 정도 식사 시간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직장인 절반가량(46.0%)은 이러한 점심시간이 너무 짧다고 평가했으며, 점심시간을 활용해 다른 활동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64.1%, 동의율)이라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8명(76.6%)이 점심시간을 휴식시간으로 여기는 편이었으며 이러한 인식은 연령과 직급에 차이 없이 모두 높은 수준이었다. 활력을 얻을 수 있고(32.3%, 중복응답),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는 시간(30.1%)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여유 시간이 있는 경우 주로 수면을 취하거나(57.4%, 중복응답), 운동(30.1%), 동영상 시청(23.8%) 등을 하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식당 앞에 비빔밥 판매를 알리는 베너가 세워져 있다. 뉴스1
◆외식물가 상승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8배

직장인 점심값 부담은 최근 치솟는 외식물가에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최근 소비자물가가 다소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외식 부문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년 가까이 웃돌고 있고 가공식품도 1년 넘게 상회 중이다. 정부 압박에 일부 식품기업은 먹거리 가격 인상 계획이 보류됐지만, 인상 시기를 잠시 미룬 것이어서 먹거리 물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내린 영향으로 상승률은 전월보다 0.6%포인트 하락했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달에는 대표 먹거리 물가 지표인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전월 대비 각각 0.1%포인트, 1.3%포인트 하락해 7.4%와 9.1%를 보였다.

하지만 외식물가 상승률은 아직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8배이고, 가공식품은 2.2배 수준이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2.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을 앞지른 이후 22개월 연속 웃돌고 있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2월부터 16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 중이다. 지난달 외식 부문 조사 대상인 39개 세부 품목 중에서는 외식용 커피(1.9%) 등 2개를 제외한 37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빵과 도넛 등의 먹거리 가격도 이달 들어 또 올랐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지난 8일부터 빵과 케이크 등 50여종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7.3% 인상했다. 작년 7월 가격 인상 이후 9개월 만이다. 컴포즈커피는 지난 11일부터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일부 제품 가격을 7.4∼10.0% 올렸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크리스피크림도넛도 지난달 도넛 11종 가격을 평균 4.6% 올렸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한 곳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이달 예정한 아이스크림과 과자류 편의점 가격 인상 계획을 보류했다. 그러나 이는 가격 인상 시점을 연기하는 것으로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게 롯데웰푸드 설명이다. 정부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식품기업들은 눈치를 보고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과 가공비, 인건비, 물류비 등의 상승으로 적절한 시기가 오면 다시 가격을 올릴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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