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로 코트 누비고, 안대 쓰고 슈팅 날려보고…어린이 체험의 장 마련한 패럴림픽 선수·지도자

김세훈 기자 2023. 4. 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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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느껴보면 장애에 대한 생각 달라질 것”
서울서 ‘드림패럴림픽’ 행사 진행
시각축구·쇼다운 등 70여명 참여
낯선 동작에 어색…갈수록 웃음꽃
“장애인 친구에게 먼저 말 걸게요
장애인의날을 기념해 진행된 드림패럴림픽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2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휠체어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또 다른 학생들은 눈을 가리고 쇼다운을 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장애인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아요.”(방산초 김단아양·12)

“장애인이 주변에 많다는 걸 느꼈어요.”(세륜초 안지훈군·11)

장애인 스포츠를 경험한 어린이들이 밝힌 소감이다.

방산초, 세륜초 학생들은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장애인의날(4월20일)을 기념해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진행한 ‘드림패럴림픽’ 행사에 참여했다. 이들 70여명은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받은 뒤 몇 가지 종목을 직접 해봤다.

체험한 종목은 휠체어 배드민턴, 보치아, 시각축구, 쇼다운 등이다.

아이들은 700만원 상당의 선수용 휠체어를 직접 타봤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배드민턴 채를 들고 셔틀콕을 힘껏 쳐봤다. 아무래도 앉아 있기 때문에 셔틀콕을 더 강하게 때려야 반대 코트로 넘길 수 있었다.

파란색 또는 빨간색 공을 번갈아 던져 흰색 공에 가까이 갈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 보치아도 해봤다. 보치아는 한국이 패럴림픽에서 9회 연속 금메달을 딴 종목이다. 눈을 가리고 친구 도움을 받아 장애물을 피하며 작은 골대 앞으로 이동해 슈팅도 날려봤다. 손으로 하는 1대1 테이블 축구와 비슷한 쇼다운을 할 때는 웃음과 응원,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눈을 뜬 상태에서 게임을 해본 뒤 안대로 눈을 가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공이 구르는 소리, 바로 옆 친구들의 소리만 듣고 공을 치는 게 쉽지 않았다. 모든 종목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이 밝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며 동작이 활발해졌다.

강사들은 전·현 패럴림픽 선수 또는 지도자였다. 이용진 코치(충남장애인체육회 보치아팀)는 “보치아를 알리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같은 팀 박정우 코치는 “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는 걸 어린이들이 인식한 게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휠체어 배드민턴 선수 출신 정경희 장애인식 개선 강사는 “이론을 먼저 공부한 뒤 체험을 하면, 단순하게 노는 게 아니라 장애인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며 “체험 후 어린이들이 장애인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고 밥도 함께 먹겠다고 말하는 걸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강사는 이론 강의에서 “장애는 타고난 것보다는 사고 등으로 인한 경우가 더 많다”며 “드러나지 않을 뿐 장애인은 많다”고 설명했다. 조명구 방산초 교무부장은 “방산초는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등 세계시민교육을 강조한다”며 “교내에서 교사들이 이론 수업을 하는 것보다 현장에 와서 장애인들과 함께 실제로 활동하는 게 교육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장애인체육회는 22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드림패럴림픽 행사를 진행한다. 21일은 미리 예약한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하며 22일에는 올림픽공원을 찾는 비장애인들에게도 장애인 스포츠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정병엽 장애인체육회 주임은 “세계 인구 15%가 장애인”이라며 “어릴 때부터 장애인 친구와 스스럼없이 자연스럽게 생활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혜은 장애인체육회 홍보부장은 “앞으로는 학교 등으로 직접 찾아가는 드림패럴림픽 행사도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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