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들의 잇단 극단선택, 패자부활 없는 사회 경종이다
아이돌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씨가 25세의 나이로 삶을 내려놓았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를 당한 20대 남성과 30대 여성도 며칠 새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잇따르는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하나의 추세라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통계청 ‘2021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한국은 하루 평균 36.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자살대국’이다. 특히 10~30대는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다른 연령대 자살률은 대체로 줄어드는 추세이나 10대 자살률은 전년보다 10.1%, 20대는 8.5%나 증가했다. ‘정신적 문제’가 가장 큰 자살동기로 꼽힌다. 저성장 기조에 노동시장이 위축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청년이 최대 피해자가 된 결과다. 극심한 경쟁, 학자금 부채, 길어진 취업 준비,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 비자발적인 비혼과 출산 포기까지 ‘N포세대’로 상징되는 좌절감이 청년들의 희망을 뒤흔들고 있다. 게다가 ‘수저론’으로 대표되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과 불평등에 상대적 박탈감은 깊어진다.
공정성을 잃은 사회에서 청년들은 수치심과 고립감에 피폐해진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대는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다. 5년 전보다 우울증은 127.1% 증가했고, 불안장애도 86.8%나 늘었다. 젊은층 사이의 급격한 마약 확산 현상은 좌절된 현실을 잊으려는 자기파괴적 일탈로 볼 수 있다. 패자부활이 어려운 사회에서 청년들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종종 압도당한다. 과거 경제위기 때와 달리 핵가족화 등으로 사회적 자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서 2027년까지 자살률을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르면 2025년부터 청년층에 우선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예방책만으로는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어렵다.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의 사회적 고립감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 청년 자살은 개인의 불행이자 주변인의 자살 위험을 높이면서 우리 사회 모두의 고통이 된다. 소비주체로, 유권자로 필요할 때만 ‘MZ세대’를 호출할 일이 아니다. 불행한 청년이 많은데 행복한 나라가 될 리 만무하다. 청년의 자립과 성장을 도울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세워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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