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대 갈라치고 ‘사기꾼·가짜뉴스’로 비판 막는 윤 대통령

기자 2023. 4. 2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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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석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거칠어지고 있다. 4·19혁명 기념식에선 “피로써 지켜낸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사기꾼이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야당 쪽을 겨냥한 걸로 해석된다. 기념사에선 “거짓, 선동, 날조”라는 독설이 쏟아졌고,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휩싸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누며 “돈에 의한 매수”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불의에 저항한 4·19 정신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언론·시민사회에 적대감을 드러낸 것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재정준칙 발언 중에 “고통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라는 극단적 표현을 동원했다. 노조 압박도 늘 40·50대와 20·30대를 갈라 말한다. 지난달 29일 민주주의정상회의와 지난 6일 신문의날 축사에서는 “잘못된 허위정보와 선동”이라고 가짜뉴스를 공격했고, 지난 9일 부활절 연합예배에선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봤다. 헌법이 보장하는 국정 비판·권력 감시와 표현의 자유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로 싸잡아 매도하려는 독선적인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굴욕적인 친일·친미 외교 대응으로 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주 69시간제 강행 같은 국정운영의 혼선과 불통에 여론조사에서 국정지지율 하락세가 나타났다. 이것도 비판 세력의 선동·날조나 가짜뉴스 탓으로 몰고가려고 하면 상황의 본질을 왜곡하게 된다. 지지율 하락을 윤 정부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요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언어는 품격과 위엄을 갖춰야 한다. 어떤 공개 발언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대통령의 거친 표현 이면에 세대 간·진영 간·여야 간 갈라치기로 반사 이득을 얻으려는 속셈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국정 의제는 절충·중재에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 통합과 협치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앞장서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선 승리의 의미를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언급했다. 그 말과 멀어진 현재를 성찰하고, 그때의 ‘국민통합’ 초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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