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감동 다 잡은 ‘홈리스 월드컵’… 침체 늪 한국영화 흥행골 터뜨릴까
박서준·아이유 한류스타 전면 내세워
빠른 템포 말맛 살려 지루할 틈 없어
실화 바탕 허구 양념 적절히 가미해
스포츠물 잇단 고전 속 반전 기대감
李 “구원투수까진 아니라도 도움되길”
4월이 다 지나가고 있지만 올해 아직까지 한국영화 중 ‘홈런’을 친 작품은 없다. 그래서 곧 개봉하는 스포츠 영화 ‘드림’이 한국영화의 성적을 끌어올릴 ‘구원투수’로 특별히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신년 개봉작 중에선 유난히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영화가 많았다. 국내 영화 중에선 권투를 소재로 한 ‘카운트’, 농구를 소재로 한 ‘리바운드’가 있고, 외국 영화로는 농구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슬램덩크), 나이키 농구화 에어 조던의 탄생 비화를 그린 ‘에어’ 등이 있다.
드림 흥행의 긍정적 요소는 완성도다. 드림은 특별할 것 없는 예고편과 달리, 실제로 보면 예고에 속았다 싶을 만큼 잘 만들었다.
또 다른 차이점은, 허구라는 양념을 얼마나 가미했느냐다. 다른 스포츠 영화들도 허구적 요소를 더하지만, 드림은 2010년 대한민국의 첫 홈리스(노숙인 등 주거 약자) 월드컵 출전 실화를 바탕으로, 선수들과 주변 인물의 사연은 소설적으로 만들어 냈다. 노숙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연을 뽑아낸 만큼 완전 허구는 아니지만, 자연의 맛을 흉내 내 조합한 인공 감미료에 가깝다.
노숙인들이 처한 문제를 드러내고, 역경을 이겨내는 스토리는 살리되 영화적 재미를 잃지 않으려는 이 감독의 각본인데, 다행히 이 감칠맛이 너무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영화는 또 ‘감동의 승리 신화’에 빠지지 않는다. 이 감독은 다른 스포츠 영화가 승리를 향해 가는 여정을 통해 감동을 준다면, 이 영화는 조금 뒤처진 것에서 보통을 향해 나아가는 것, 경기장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시 말해 사회적 약자들이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데 두려움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슬램덩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하나 꼽자면 박진감 넘치는 단 한 번의 경기 속에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녹여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영화에서 현재 시점은 경기 중이고,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과거의 복기다. 슬램덩크는 어둡고 슬픈 기억의 장면으로 영화가 늘어지려고 하면 다시 긴장감이 팽팽한 경기 장면으로 돌아오는 영리한 전개를 보여준다.
드림은 슬램덩크처럼 시간 전개의 변화를 보여주진 않지만, 인물들의 다양한 스토리를 템포가 떨어지지 않게 살려내는 데는 성공했다.
드림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선 상업적으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흥행의 불안 요소가 있는데, 영화가 전에 없던 뭔가를 그려내진 못했다는 점과 만만치 않은 경쟁작들과의 대진표다.
드림은 개봉 일주일 만에 83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부동의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존 윅 4’와 흥행 전선에 이상 없는 ‘스즈메의 문단속’, 26일 함께 개봉하는 ‘슈퍼 마리오’에 이미 상영 중인 한국 스포츠 영화인 ‘리바운드’와도 경쟁해야 한다. 또 다음 달 3일엔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의 개봉이 길목을 지키고 있다.
2019년 ‘극한직업’으로 16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감독은 지난 17일 미디어 시사회 후 “겸손해지고 너무 떨린다. 구원투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한국영화에) 도움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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