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 피해주택 2~3 금융권 대출…“여전히 경매 진행” [청년희망 앗아간 전세사기]
정부 경매중단 조치 동참 미지수 “실효성 있는 대책 추가 마련 절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가구 130곳이 시중 은행이 아닌 저축은행 등 2~3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3 금융권은 재무건전성이 낮다보니 정부의 경매 중단 조치에 응할지 미지수여서 추가적인 보완 조치가 시급하다.
20일 인천시와 미추홀구 등에 따르면 미추홀구가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택에 대한 선순위 채권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피해주택 2천479곳 중 130곳은 2~3금융권이 담보를 잡고 있다. 2금융권은 상호저축은행을 비롯해 보험회사·신탁회사·증권회사, 3금융권은 대부업체와 사채 등 제도권 밖의 금융회사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금융권과 상호금융 등에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즉시 경매 유예 조치를 위한 협조 공문을 보냈다. 피해 주택의 선순위 채권자인 은행 등의 의사에 따라 경매 절차는 유예 및 중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협조에 불과한 탓에 이들 2~3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2~3 금융권은 재무 건전성이 불안한 탓에 피해주택을 경매에 붙여 현금을 확보해야 하다보니, 정부의 경매 유예에 동참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 때문에 이날도 인천지방법원에서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주택 4곳에 대한 경매가 열리기도 했다. 피해자 A씨(30)는 “정부의 대책과 별개로 현장에서는 여전히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2~3 금융권 등도 적극적으로 경매 중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악화로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점도 2~3금융권의 경매 중단을 방해하는 요소다. 담보, 주택의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경매를 통해 처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현금 보유량이 많은 시중 은행 등 1금융권은 정부의 경매 중단에 동참하겠지만, 다른 금융권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채권 회수를 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며 “몇몇 금융권은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 되레 경매를 서두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경매 중단 조치가 임시방편인 만큼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우선 매수권 보장과 더불어 보증금 반환 채권, 피해주택 매입 등 실질적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가영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경매 중단을 한 사이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가로 내놔야 한다”며 “경매 중단은 임시 방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대출 연계를 하거나, 긴급지원금, 우선 매수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특별법을 제정해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거나 주택을 매입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의힘과 정부는 당정협의회를 열고 전세사기 피해자가 경매시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께 피해주택 현장을 찾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의당과 논의해 21일 오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당장의 피해구제가 시급한 만큼 최대한 빨리 해결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김지혜 기자 kjh@kyeonggi.com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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