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호금융 '돈줄'로 쓴 건축왕 일당…전국 180여곳서 2400억 대출
인천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세입자들의 피해가 컸던 건, 집집마다 근저당 대출이 껴 있었기 때문인데요. 저희 취재진이 모두 2천 억 원이 넘는 이들의 대출 내역을 확보해보니, 인천 뿐 아니라 전국 180여 곳의 지역 상호금융에서 원정 대출을 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왜 그런 건지, 오원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JTBC 취재진이 인천 건축왕 남 모 씨와 일당 50명의 대출 자료 2천 건을 분석했습니다.
대출액은 총 2400억원입니다.
특히 이들은 근거지인 인천 말고도 수협, 신협, 농협, 새마을금고 같은 전국의 지역 상호금융 180여곳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상호금융을 전세사기의 '돈줄'로 쓴 셈입니다.
남 씨 일당이 가장 많이 대출을 받은 경기 광명의 한 새마을금고입니다.
5명이 각각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30억 원 가까이 돈을 빌렸는데, 이곳에서 한도가 다 차자 이들은 전국 팔도로 원정 대출에 나섰습니다.
시중은행이 아닌 상호금융에 간 건 집값에 견줘 대출을 더 많이 내주는 걸 감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상호금융마다 한명에게 빌려주는 총 대출금의 한도가 있기 때문에 지방을 돌며 한도를 채운 겁니다.
대출을 많이 내준 곳에 전화를 해봤더니, 대출자의 이름과 액수를 기억하는 곳도 있었고,
[태백 OO상호금융 관계자 : 안 그래도 지금 저희도 내부 문서로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하고 있는데 '서울 사람이 꼭 서울에 있는 물건을 사야 된다' 이런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비유를 하시면 될 거예요.]
심지어 남 씨 일당이 대출을 갚지 않자 이미 부실채권으로 처리해 팔아버렸다는 곳도 있었습니다.
[전남 여수 OO상호금융 관계자 : 확인해보니까 저희는 작년 초·중순쯤에 채권 매각을 통해 저희 쪽에 채권이 없는 상태거든요 정상 채권이 아니고 연체가 장기적으로 발생했을 때 매각을 진행하거든요.]
실제 남 씨 최측근이자 동업자 김모 씨는 전국 상호금융 39곳에서 236억 원을, 남 씨 딸 역시 전남지역을 포함해 전국에서 173억 원을 빌렸습니다.
상호금융들이 너무 대출을 쉽게 내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상호금융은 재작년 LH 투기 사태 때도 투기꾼들의 '돈줄'이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당시 정부와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의 대출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없어보입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취재지원 : 박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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