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획기적 개선 필요…스쿨존 안전 어떻게?

[EBS 뉴스]

어린이보호구역, 일명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숨진 배승아 양 사고를 계기로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할 텐데요.

EBS 뉴스는 오늘 어린이보호구역의 안전 문제를 집중해 짚어봅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하굣길 학교 후문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숨진 9세 이동원 군

4개월 만에 대전에서 배승아 양도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숨져

인터뷰: 故 이동원 군 아버지

"아이를 잃는 건 부모한테 같이 죽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여전히 너무나 큰 고통에 살고 있고 너무나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스쿨존 교통사고

민식이법 이후에도 해마다 약 500건 발생

'솜방망이' 처벌에

펜스, 인도 없는 취약 환경

인터뷰: 故 이동원 군 아버지

"과연 그 음주운전에 대한 형벌 그다음에 사회에서 받는 지탄이 정말 견딜 수 없는 정도라고 한다면 과연 운전대를 잡았을까. 뭐가 중요한지, 아이들의 생명이 중요한지 잠깐 이렇게 돌아가는 게 중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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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넉 달 전, 학교 후문에서 음주 차량에 희생된, 동원 군이 다니던 학굡니다.

서울 언북초등학교 학부모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순호 변호사 스튜디오에 자리했습니다. 

안녕하세요.

동원 군이 사고를 당한 곳도 어린이보호구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실제로 보호할 안전장치는 거의 없었다고요?

권순호 / 변호사

우선 동원이 사고가 났던 지점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 지점은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의 가장자리였는데, 인도와 방호울타리가 없었습니다.

과거에 동원이가 다녔던 언북초등학교에는 관할구청에 그 사고 지점에 인도를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이는 주민분들의 반대를 이유로 거부되었습니다. 

사고 당시, 그리고 지금도 생각하는 것은, 인도가 있었다면, 방호울타리가 있었다면, 아이들이 사망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인도는 사람이 걸어다니는 길이죠. 현대인이라면 당연히 무의식적으로도 인지하는 것입니다. 

동원이 사건 때 인도가 있었다면, 운전자가 취한 상태였더라도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인도는 피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인도 위의 동원이는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행자용 방호울타리, 흔히 펜스라고 하죠. 

이 펜스의 설치 기준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이라는 국토교통부 예규에 나옵니다.

그 기준으로, 수평력. 그러니까 수평으로 버티는 힘은 2500n/m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는 수십km로 달리는 차량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강도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펜스가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는 효과가 전혀 없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펜스의 존재 자체가 음주운전자로 하여금 차량 옆에 인도가 있다는 것을 보다 명백히 인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운전자의 입장에서, 비록 음주를 했더라도 울타리에 자신의 차량이 부딪혀 훼손되는 것을 경계하게끔 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음주운전자가 펜스를 박았을 때 그 충격에 의해 반사적으로 핸들을 틀 가능성도 있고, 급브레이크를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방호울타리가 음주운전 차량의 충격을 흡수하여 아이가 살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기본적인 안전시설은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일차적으로는 음주 운전자의 잘못이겠지만, 환경 자체가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해 보입니다.

지금은 개선이 됐습니까?

권순호 / 변호사

말씀 드렸다시피, 언북초등학교에서는 사고 이전부터 관할구청에 인도와 안전시설 설치를 요청했지만, 구청은 주민분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거부하였습니다.

사고 이후에는, 구청, 경찰서와 함께, 학교 근처에 인도와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협의하였고, 현재 사고 지점에는 인도와 방호울타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지점은 언북초 학생들이 다니는 통학로의 극히 일부입니다. 

초등학교 인근 통학로는 사고에 취약한 아이들이 혼자 통행하는 도로이므로, 통학로 일부가 아니라 전체에 안전시설이 갖추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언북초등학교도 통학로 전체 기준으로는 많은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제가 안전시설 설치를 위해서 구청과 경찰서 담당자분들과 협의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느꼈던 것은, 인근 주민분들의 반대입니다. 아이들 통학로에 인도를 설치하는 것은 좋은 일인데 왜 주민분들이 반대하는지 의아하실 수 있는데요. 

초등학교 근처 통학로에 인도가 없는 구간은 보통 도로 폭이 좁은 양방통행 구간이어서 인도를 설치할 공간이 없거나, 주거지 전용 주차장 그러니까 보통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라고 불리는 주차장 있어서 인도가 설치될 폭이 나오지 않는 구간들입니다. 

따라서 이런 통학로에 인도와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양방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꾸거나,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삭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불편함이 동반되기 때문에 주민분들의 반대가 심하여 인도와 안전시설물들의 설치가 힘들다는 것이 관할청의 입장입니다.

결국,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가능성과 어른들의 편의가 동일선상에서 비교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맞는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안전 시설물을 제대로 못 갖추면 지자체에도 책임을 묻는 등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권순호 / 변호사

대부분의 안전시설물 설치 규정들을 보면, 시설물 설치에는 관할청의 재량이 있고, 설치가 의무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관할 정부기관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도나 펜스와 같은 필요 최소한의 안전 시설물들에 대해서는 설치 의무를 명문화 할 필요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어린이보호구역만큼은 울타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자, 일명 '동원이법' 발의에 참여하셨습니다. 

이게 어떤 법안입니까?

권순호 / 변호사

어린이 보호구역인 도로에 인도와 방호울타리의 설치를 의무화 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인근은 우리 소중한 어린이들이 보호자 없이 홀로 통행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이러한 어린이 보호구역에 인도와 방호울타리 설치를 의무화 하는 것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이미 어린이보호구역 내의 사고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하도록 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을까요?

권순호 / 변호사

동원이 아버지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눈을 감고 칼을 휘두르는 것이다, 저도 백번 동의합니다. 

음주운전은 당연히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재 정도가 강해질수록 음주운전이 줄어들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망을 유발한 사건 중, 동원이 사건이나 승아 사건과 같은 죄질이 매우 불량한 사건에 대해서는 매우 엄중하게 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량과 관련해서는, 법에 정해진 형량도 중요하지만, 양형위원회에서 정하는 양형기준상의 형량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 양형기준은 법원에서 형량을 산정할 때 중요하게 참고하는 자료입니다. 

현재 어린이 보호구역 사망사고는 다른 위험운전에 의한 사망사고와 유사하게 양형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최근 교통범죄 양형기준이 수정된다는 예고가 있었으나, 크게 다를바가 없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는, 최소한 사망사건에 한해서라도 양형기준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현아 앵커  

아이들 안전과 바꿀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이 문제 최우선으로 놓고 제대로 된 대책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