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기타신공] 나일 로저스, 펑키 그루브 '리듬기타' 아이콘
‘처킹’ 리듬기타 마스터
어떤 장르 아티스트와도 최적의 톤‧리듬‧멜로디 창출
결코 3줄 이상 사용 않는 쉽고 단순한 연주+코드보이싱
‘심플함은 곧 미덕’, 숱한 역대급 명연
미들과 하이 강조된 밝고 깔끔한 사운드
“무엇보다 재미, 그게 가장 중요”
70년대부터 ‘시크’서 활동하며 진가 발휘
블론디 ‘Rapture’는 시크에 대한 찬사
퀸 ‘Another One Bites the Dust’에도 영감 줘
‘2023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도 출격
메인기타 60년 펜더 ‘히트메이커’ 스트랫
최근엔 펜더 어쿠스타소닉 스트랫도 애용
심각한 약물중독+전립선암+신장암 극복
2660억 넘는 자산가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펑키 그루브 디스코 시대의 명 그룹 시크(Chic)의 기타 겸 프로듀서 나일 로저스(Nile Rodgers‧71)가 르세라핌 정규 1집 'UNFORGIVEN'의 동명 타이틀곡 기타 피처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랜드마스터' 나일 로저스의 참여로 르세라핌 신작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나일 로저스는 '시크'에서 버나드 에드워즈의 베이스, 알파 앤더슨‧디바 그레이‧루시 마틴의 관능적인 보컬을 R&B와 펑키 사운드로 혼합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시크'는 블랙뮤직을 뿌리로 두고 있음에도 당대의 가장 세련되고 컬러풀한 사운드를 제시한 '록시 뮤직'까지 받아들이며 심플하지만 놀랍도록 색채적이며 인상적인 음악을 창조했다. '시크'란 밴드명에 걸맞게 도시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스타일리시한 작품세계를 선보였는데, 모든 음이 듣는이의 귀에 부드럽게 밀착됐고 보컬은 청중을 정욕과 댄싱 풍경으로 유혹했다.
어쓰 윈드 앤 파이어 등을 비롯해 블랙뮤직 특유의 넘실대는 펑키 그루브 기타의 진수를 선보인 밴드는 적지 않다. 이러한 그루브의 매력을 한껏 들려준 아티스트들 가운데에서도 나일 로저스는 제왕격 존재, 아이콘과도 같다.
이른바 '처킹(chucking)'으로 잘 알려진 나일 로저스만의 전매특허 리듬기타 스타일, 전혀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코드보이싱, 즉 기타 줄 전부가 아닌 기껏해야 3줄 정도만 사용하는 특유의 리듬커팅으로 숱한 명연을 완성했던 것이다. 만돌린 기교에서 영감을 얻은 이 '처킹' 스타일은 이젠 나일 로저스 주법의 시그니처가 됐다.
펑키 그루브 특유의 밝고 경쾌한 사운드를 위해 그는 기타도 60년 펜더 '히트메이커' 스트라토캐스터라는 커스텀 모델을 사용했다.
59년산 넥이 달린 이 60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는 나일 로저스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에 있는 기타샵에서 자신의 기타(깁슨 바니 케셀)와 현금 일부를 더 보태 구입한 것이다. 가벼우며 메이플 핑거보드와 낡은 흰색 마감 처리가 특징이다. 나일 로저스는 이 기타를 구입한 후 동료인 버나드 에드워즈에게 '처킹'이라 부르는 촙 코드 스타일로 연주하는 방식을 가르치기도 했다. 2011년에 발간한 자서전 'Le Freak: An Upside Down Story of Family, Disco, and Destiny'에서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펜더 히트메이커를 사서 집으로 오자마자 (너무 반갑고 사랑스런 마음에) 일단 화장실로 가서 정사를 벌였다.…이제 얼마 후면 재즈 코드를 더 잘 아는 펑키한 기타리스트로 떠오를 거라는 확신과 함께."
그는 이 특별한 60년 펜더 스트랫 커스텀 기타로 팝 음악사 히트 차트를 강타한 상당수의 명곡을 연주했다. 일렉기타 사상 그 어떤 기타보다도 팝 역사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한 명기인 셈이다. 무겁게 들리는 올드 깁슨에서 기타를 바꿔 보라고 했던 버나드 에드워즈의 조언이 적중한 셈이다.
나일 로저스의 히트메이커 기타는 얇은 본체, 얇은 C자 모양의 넥, 그리고 톤을 낮추는 크롬 도금 픽가드로 구성돼 있다. 넥 픽업이 약해서 전체적으로 밝아지는 게 특징이다. 당시 그 어떤 기타보다도 가벼워서 장난감처럼 연주할 수 있다는 것도 이 기타만의 장점이었고 그가 추구하는 각종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사운드를 창출할 수 있었다. 나일 로저스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심각한 건 노, 무엇보다 재미, 그게 가장 중요"라는 모토는 바로 이 기타에서 시작된 것이다.
'Le Freak'을 비롯한 시크 시절의 작품들, 마돈나 'Like a Virgin', 듀란듀란 'Notorious', 다이애나 로스 'Upsidedown', 데이빗 보위 'Let's Dance'(후반 솔로는 스티비 레이본), 다프트 펑크 'Get Lucky', 그리고 INXS(Original Sin), 데비 해리(KooKoo), 로버트 플랜트(The Honeydrippers: Volume One), 제프 벡(Flash), 톰슨 트윈스(Here's to Future Days) 등등 수많은 유명 작품에서 들을 수 있는 리듬기타 소리가 바로 이 펜더 히트메이커다.
펜더는 시대가 변해도 이슈 중심에 있는 나일 로저스의 이 모델을 기리기 위해 2014년 펜더 커스텀샵을 통해 '나일 로저스 히트메이커 스트라토캐스터' 리이슈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일 로저스의 유명세는 '시크'란 밴드에서 시작됐지만, 그의 탁월한 역량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 보니 슈퍼스타들의 많은 히트곡에서 번뜩이는 세션기타를 보여주었다. 팝과 R&B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던 나일 로저스는 마이클 허친스가 이끄는 호주 그룹 INXS와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나일 로저스는 다이애나 로스에서 데이빗(데이비드) 보위, 마돈나, 믹 재거, 폴 사이먼, 브라이언 페리, 알 재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레이디가가, 비욘세, 심지언 피터 가브리엘, 다프트 펑크까지 어떤 장르의 아티스트건 그에 딱맞는 톤과 리듬, 멜로디를 찾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나일 로저스를 존경하고 영향받은 음악가들은 한둘이 아니다. 그랜드마스터 플래시, 블론디, 듀란듀란, 조니 마 조차 그에게 영향받았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블론디의 1980년 미국 1위 히트곡 'Rapture'는 시크에 대한 찬사였고, 후일 데비 해리의 81년 솔로앨범 [Koo Koo]는 나일 로저스와 버나드 에드워즈가 제작했다. 또한 프랑스 하우스 듀오 'Modjo'는 'Soup for One'의 샘플링된 나일 로저스 기타를 2000년 클래식 'Lady (Hear Me Tonight)'의 메인테마로 사용했다. 시크 3집 [Risqué]에 수록된 'Good Times'는 역대 가장 많이 샘플링된 트랙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슈가힐 갱의 'Rappers Delight'를 통해 힙합을 '안내'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퀸의 'Another One Bites the Dust'에도 영감을 줬다.
나일 로저스는 2022년 기준 2억 달러(약 2663억) 자산가이기도 하다. 코네티컷주 웨스트포트 저택은 무려 11대가 넘는 TV를 비롯해 색다른 설계로 525만 달러(약 70억)의 가치 평가를 받았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저택 외에 뉴욕시에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1990년대엔 마약과 술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고, 2010년 10월엔 전립선암 진단과 2017년 신장암 등으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나일 로저스는 20대 때보다 지금이 음악적으로 더 활발하고 역동적이라고 공공연하게 언급하며 젊은 후배 음악가들과 협업을 계속하고 있다. 비욘세, 키스 어번에 이어 얼마 전엔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세인트 빈센트와의 콜라보를 SNS를 통해 알렸고, 블랙핑크가 헤드라이너로 섰던 '2023 코첼라 페스티벌'에선 블론디와 함께 연주했다.
오래전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시크'에서 유명세를 타는 순간부터 향후 내 음악보단 다른 음악가의 곡을 연주하는 일이 더 많을 거란걸 직감했다"고 밀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일 로저스는 작곡가‧프로듀서‧아티스트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타가 필요해 다양한 스타일의 할로우바디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47년 넘게 펜더 히트메이커를 사용하던 그가 2020년엔 어쿠스타소닉 스트라토캐스터를 연주하는 영상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마도 펜더 측에서 신제품 의견을 듣기 위해 그에게 보낸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는 어쿠스타소닉에 익숙해지는데 약 3~4일 정도 걸렸다고 한다.
나일 로저스는 모 기타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쿠스타소닉에 대해 "평소 휴대하기 편한 기타를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어쿠스타소닉은 가벼워서 좋다"며 "현재까지 침실에 놓고 연주할 만큼 즐겨 애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일 로저스의 시그니처 톤은 미들과 하이가 강조된 밝고 깔끔한 사운드랄 수 있다. 매우 깨끗한 사운드의 비결은 스튜디오의 믹싱 콘솔에 기타를 직접 녹음하거나 'Le Freak'에서 했던 것처럼 직접 기타와 마이크 앰프의 조합을 애용한다는 것이다. 명 엔지니어 밥 클리어마운틴과 함께 뉴욕 '파워스테이션' 스튜디오에서 Neve 8068 콘솔로 녹음한 나일 로저스의 리듬기타 트랙은 일반 기타 앰프 범위를 넘어서는 상위 중음역과 고역 주파수를 강조해 믹스에서 고유한 공간을 찾는다.
그는 펑키와 팝 사운드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로 바꾸었다. 10인치 스피커를 사용했을 때 12인치 스피커보다 더 나은 표현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기타리스트들은 12~15인치 스피커 사용이 대세였다. 펜더 바이브로럭스(Vibrolux)를 사용하던 그는, 펜더 'Sunn' 앰프까지 애용하기에 이른다. 초기 시크 시절 공연을 보면 무대 양쪽에 이러한 세팅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국내 슬랩 베이스를 대표하는 명 세션맨 장태웅은 "시크의 사운드와 리프는 너무 멋져 즐겨 듣고 있었다"며 "나일 로저스는 톤과 패턴 모두 훌륭한데, 특히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닌 심플한 진행임에도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평했다. 또한 장태웅은 "어떠한 곡을 들어봐도 패턴이 같아 보이는 듯하지만 절대 같지 않은, 정말로 창조적인 면이 탁월한 기타리스트이며, 여러 요소가 많이 섞이지 않은 톤인데도 어떠한 음악에도 잘 어울리고 비트가 왔다 갔다 하게 들릴 때도 사운드가 야성미 있게 연출되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BTS(방탄소년단) 밴드 기타리스트이자 명 세션맨 정수완은 "반복적이고 이펙트도 걸리지 않은 일렉트릭 기타-리듬 기타 본연의 소리로, 그 단순한 리듬기타 패턴에서도 화려함이 느껴지고, 귀를 매료시킨다"며 "한 시대를 풍미한 창의적인 리프들, 지금 들어도 너무나 트렌디한 명곡들, 굉장히 릴렉스하게 연주하는데 리듬감‧비트감이 살아숨쉬고 음악 전체의 그루브를 지배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정수완은 "개인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역사적인 기타리스트로 존경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용장비
▶ 기타
60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히트메이커'(59년 넥)/펜더 아메리칸 프로페셔널 스트라토캐스터/펜더 어쿠스타소닉 스트라토캐스터
▶ 앰프
펜더 핫 로드 데빌 4x10
▶ 이펙트/그외
보스 DD-3 디지털 딜레이/아이바네즈 CS9 코러스/매드 프로페서 스노우 화이트 오토와우/아이바네즈 TS808 40th Anniversary 튜브 스크리머/잼 페달 와코(Wahcko) 와우/슈어 'Axient' 와이어리스/코르그 피치블랙 튜너/이븐타이드 파워맥스/래디알 SGI TX/RX 스튜디오 기타 인터페이스/페달트레인 클래식2 페달보드/다다리오 NYXL 슈퍼 라이트 세트(.009–.042)/다다리오 듀랄린 스탠더드 슈퍼라이트 게이지 피크(.50mm)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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