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올리기는 해야하는데…눈치보다 골든타임 놓칠라
‘요금 인상’에는 의견 일치
인상시기 묻자 “국민 생각”
전문가 “지금이 인상 적기”
與 공기업 방만경영 질타
“구조조정 요구에 무응답”
20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민·당·정 전기·가스요금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는 경제산업계와 에너지업계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며 “두 업계 모두 현재 처한 어려움이 많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의견을 잘 모아 국내 소비자와 산업계, 발전업계가 서로 양해하고 납득할 수있는 조정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상 시점에 대해선 “국민들의 고통 분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이후 요금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시점을 얘기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산업계 관계자들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업계 부담이 커 완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토요일 심야요금제’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했고, 반도체산업협회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요금 발표가 지연되면서 업계에선 인상 시기를 놓쳐 막대한 부작용을 낳았던 전임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2분기가 요금 인상의 적기라는 의견이 많다. 다른 분기보다 전기소비량이 낮아 요금 인상에 따른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분기별 전력판매량은 △3분기(14만4012GWh) △1분기(14만3180GWh) △4분기(13만1762GWh) △2분기(12만8978GWh) 순으로 많았다. 3분기에는 냉방 수요가, 1분기에는 난방 수요가 몰린 것이다. 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연말로 갈수록 요금 인상은 더 어려워진다.
한전은 올해도 10조원대 영업손실(적자)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컨센서스(추정치)는 9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상 최대 규모인 32조원대 영업손실을 낸 지난해에 비해선 3분의 1 수준이지만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전 실적의 척도가 되는 국제 에너지가격도 연초 하락안정세를 보이다 최근 배럴당 80달러대(두바이유)까지 반등했다. 일각선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이 15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 요금 인상 폭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연말에 한전채 발행한도를 또 올려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한전은 지난해 말 법 개정을 거쳐 사채 발행한도를 최대 6배(125조원)까지 늘렸다. 이에 따른 사채 발행한도는 최대 125조원이며, 현재 사채 발행잔액(누적치)은 78조원이다. 하지만 올해 순손실이 반영되면 내년 사채 발행한도는 3분의 1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전의 사채 발행량이 많아질수록 채권시장 교란 우려가 커진다는 점도 문제다.
이종수 서울대 교수는 “한전 대규모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원가회수율이 70%밖에 안되는 낮은 전기요금”이라며 “요금 정상화를 통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데도 요금을 적기에 반영하지 못했다”며 “요금 인상을 주저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이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도 늦어지고 있는 2분기 전기·가스요금 발표에 한숨만 쉬고 있다. 올해 하반기 경영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요금 인상이 언젠가는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하루빨리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방만 경영을 질타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선행하라고 촉구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진 채 요금을 안 올려주면 다 같이 죽는다는 식으로 국민 겁박하는 여론몰이만 한다”며 “국민들에게 요금을 올려달라고 하기 전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을 해달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아직 응답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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