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노화·치매 연구 ‘활발’
[KBS 대전] [앵커]
어려운 과학기사를 쉽게 풀어보는 '과학기사를 부탁해' 과.기.부 순섭니다.
'엑소'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선호 님과 함께합니다.
오늘은 어떤 과학 기사 가져오셨습니까?
[답변]
최근 세포 노화와 치매 발생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가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우리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본질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우리의 건강, 수명과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가장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도 암 연구나 질병 연구 쪽이고, 노화를 막고, 장수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앵커]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왜 '늙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답변]
우리 몸은 약 3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안타깝게도 세포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은 살아가면서 세포 분열이라는 걸 하는데 암세포처럼 영원히 분열하는 게 아니라 약 40~60회 정도만 분열하면 노화 세포가 되어 죽어버립니다.
이렇게 분열 횟수의 한계가 있는 걸 '헤이플릭 한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노화는 우리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점점 분열 능력이 떨어져 생기는 현상인 거죠.
[앵커]
반대로 얘기하면, 세포의 '분열' 능력을 유지시키면 노화를 막을 수 있다는 말 같은데, 이 기능은 왜 능력이 떨어지는 겁니까?
[답변]
우리가 레고를 만들 때 설명서를 보고 만들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세포도 설명서가 안에 들어가 있어요.
그게 바로 '염색체'라고 불리는 녀석입니다.
'염색체'도 세포가 분열하기 전 복사해서 분열할 때 같이 나눠져 분리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복사하면서 설명서가 조금씩 찢어져요.
초반에는 조금 찢어져도 문제가 없겠지만 누적되면 진짜 중요한 정보가 있는 부위까지 찢어져 세포가 만들어지지 않는 거죠.
물론 이걸 방지하기 위해 염색체 말단에 '텔로미어'라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녀석이 존재합니다.
쉽게 말해 설명서에 비닐을 씌워 놓은 거죠.
하지만 이 비닐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도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손상을 입게 되고 결국 완전히 닳아버리면 그때부턴 '염색체' 내부가 파괴되기 시작하면서 세포 분열을 완전히 멈춰 버립니다.
이렇게 '텔로미어'가 짧아져서 세포가 늙으면 다양한 질병으로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그게 어느 세포냐에 따라서 증상의 이름이 다르게 불리는 겁니다.
예를 들어 심혈관 쪽에 있는 세포들의 '텔로미어'가 다 닳아서 노화가 왔다?
그러면 심혈관 질환이 나타나는 거죠.
[앵커]
앞서 오늘 주제가 '노화'와 '치매'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치매'도 염색체 보호막인 '텔로미어'와 관련이 있는 겁니까?
[답변]
네, 치매도 '텔로미어'가 짧아져서 일어난 결과라고 보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치매엔 알츠하이머나 파킨슨이 있는데, 치매의 병리학적 현상을 보면 뇌세포들이 조금씩 사멸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분열을 안 합니다.
즉,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아요.
그럼 왜 뇌세포가 사멸하는가….
바로 뇌세포가 만들어낸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노폐물의 독성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우리 뇌 속에는 이런 노폐물을 청소하는 면역세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도 일반 세포들처럼 '헤이플릭 한계'로 분열 횟수 즉, 수명이 있습니다.
이 녀석이 젊을 때는 뇌세포들이 만들어 낸 노폐물을 먹어 청소해 주는데요.
점점 나이가 들면,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기능성이 떨어져 더 이상 뇌를 깨끗하게 청소해 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뇌에 노폐물이 쌓이는 현상이 지속돼 뇌세포의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더라도 뇌세포가 사멸한다고 보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는 거죠.
실제로 최근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인구 보건 센터의 안야 토피왈라 교수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베이스 중 약 3만여 명의 뇌 MRI 영상과 뇌 속 면역 세포들의 '텔로미어' 길이를 비교 분석해 봤더니 면역 세포들의 '텔로미어'가 긴 환자가 뇌 건강도 더 좋은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대규모 데이터 결과가 나와 논문으로 게재됐습니다.
[앵커]
보호막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를 계속 유지시키면 노화나 치매를 완화할 수 있다는 말로도 들리는데요?
[답변]
네, 맞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보호막을 다시 두껍게 만들어 주는 효소가 존재하는데요.
바로 '텔로머라제'입니다.
'텔로미어'가 짧아질 때마다 다시 길어지게 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최근엔 한 연구 그룹에서 인간 텔로머라제 유사체를 신약으로 개발해 활발하게 임상시험을 하고 있고요.
이런 신약들을 쓰면 세포 기능이 좋아지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일상생활에서 ‘텔로머라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답변]
생각보다 간단한데요.
바로 소식하기, 유산소 운동하기, 명상하기라고 해요.
실제로 여러 동물모델을 통한 실험 결과를 보면 '텔로머라제' 활성도가 증가되면서 염색체를 보호해주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과학기술이 신약을 개발하기 전까진 우리도 소식, 유산소, 명상을 통해 자신의 몸을 젊고 건강하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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