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쟁탈' 나서는 현대 문명

김지선 기자 2023. 4. 20. 20: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제는 놀이터에서 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래.

건물을 지을 때 필수재인 콘크리트의 70%는 모래로 이뤄져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기존 모래 수출국은 자국 내 모래 고갈 문제가 심화되자 모래 수출을 제한하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채굴을 반대하는 활동가나 모래 유통 단속 경찰 등이 수백 명 살해당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래전쟁 (이시 히로유키 지음 / 고선윤 옮김 / 페이퍼로드 / 272쪽 / 1만 6800원)
석유 보다 4배 많은 소비에 사라져가는 모래
모래 부족…불법 유통부터 환경 파괴까지

이제는 놀이터에서 조차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래. 모래가 사실 석유보다 많이 소비되고 추출되는 '자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채굴되는 모래는 470억-590억t으로 석유 추출량(130억t)의 네 배에 달한다.

높이 5m, 폭 1m의 벽을 쌓는다면 지구를 125바퀴나 감는 벽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전 세계 강에서 1년간 운반되는 토사량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모래 사용의 급증 속에 전 세계 모래 거래 총량도 지난 25년간 6배나 늘었다. 이에 따라 각국은 점점 고갈되는 모래를 확보하고자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세계의 모래는 점차 고갈되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필수재인 콘크리트의 70%는 모래로 이뤄져 있다. 각종 전자장비에 들어가는 반도체의 원천 또한 모래다. 반도체 주원료인 실리콘도 모래에서 추출한 것이다. 안경과 물컵, 창문에 있는 유리조차 전부 모래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모래를 사이에 둔 국가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자국 내 모래가 부족해지자 대만과 북한의 모래까지 넘보고 있다. 싱가포르는 모래로 국토를 매립, 이전 면적의 25%에 달하는 땅을 늘렸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모래를 소비한 것은 당연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기존 모래 수출국은 자국 내 모래 고갈 문제가 심화되자 모래 수출을 제한하기도 했다.

심지어 모래를 둘러싼 불법유통까지 이뤄지고 있다. 모래를 불법 채굴해 매매하는 국가는 70개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모래를 유통하는 불법 조직까지 생기면서 이에 따른 살인사건도 발생하곤 한다. 지난 10년간 채굴을 반대하는 활동가나 모래 유통 단속 경찰 등이 수백 명 살해당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모래 부족은 생태계 파괴를 낳고 있다.

중국 최대 담수호인 푸양호 인근 습지가 사라져 철새들은 보금자리를 잃었고, 양쯔강 돌고래도 멸종 위기에 놓였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에선 지진이 발생했으나 파도를 막아줄 맹그로브숲이 모래 채굴로 줄어들어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하기도 했다.

책에선 과도한 모래 채굴로 환경이 파괴되면 인간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인공섬 건설을 위해 상카란 제도 부근 해저에서 모래를 채굴하자 제도 주변 어획량이 3분의 2로 감소한 것이 일례다.

저자는 인간의 욕망을 위해 저지른 일이 인간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모래와 물처럼 넘치고 넘치는 자원이 거대한 인류 활동 앞에서 고갈되고 있다. 이것이 지구의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