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글로벌 허브' 대덕특구, 환골탈태 필요

정인선 기자 2023. 4. 2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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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취급에 발동동…출연연 떠나는 연구자들
기관장 늑장 선임·PBS제도 등 고질적 병폐 해결 시급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올해는 대덕연구개발특구 제2의 원년이나 다름없다.

대덕특구 출범 50주년을 맞아 재창조 사업이 본격 추진되는 건 물론, 미래 50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다만 대한민국 신기술 메카를 넘어 '첨단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기 위해선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대덕특구의 주축인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선 매년 인력난이 한창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줄퇴직'이 현실화된 데 이어, 관련 업종 대비 낮은 처우와 경직된 인건비 운용으로 연구진의 인력 이탈도 심화하고 있다. 정년 축소와 임금피크제, 열악한 연구환경 등은 출연연을 떠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출연연 중 2017년부터 5년간 자발적으로 떠난 연구자는 1000여 명으로, 이들 중 대다수는 학계나 산업계로 이동했다.

부족한 연구진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에 고삐를 죄면서 출연연의 '허리띠 졸라매기'도 한창이다. NST 소관 25개 출연연은 올해 326명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겨우 9명만 인정받았다. 그나마 받아들여진 곳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5명)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4명)뿐이다. 그동안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NST 소관 출연연들은 지난해 422명을 요구했으나 겨우 51명만 인정됐고, 2021년에는 420명 요구에 47명만 허용됐다. 그나마 두 자리수였던 신규 TO는 올해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쳤고, 앞으로의 인력 증원도 불투명하다.

출연연의 인건비도 대부분 동결됐다. 경상운영비는 매년 삭감 중이고, 올해 예산(842억 8500만 원)도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감안하면 넉넉치 않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제공

출연연에선 일단 연구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선 '공운법'(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급선무다.

이석훈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명예회장은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정부가 출연연 현실에 맞지 않은 공운법을 적용하고 있어 인력 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며 "우수한 연구자를 유치하기는 커녕, 현재 인력을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타공공기관이었던 출연연은 2018년 공운법 개정에 따라 '연구개발목적기관'으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형식적인 분류만 바뀌었을 뿐 세부 시행령이 나오지 않으면서 여전히 공공기관 취급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계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임금피크제,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 적용되며 출연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초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을 공공기관에서 제외한 만큼, 출연연도 시급히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구현장을 옥죄는 PBS(연구과제중심제도) 폐지도 시급하다. 1996년 도입된 PBS는 연구자가 외부 과제를 수주해 비용을 충당하게 하는 제도로, 연구자 급여 중 일부만 정부가 보장하고 나머지는 연구자들이 직접 외부에서 프로젝트를 따와서 충당하는 시스템이다. 연구 몰입도를 해치는 요인이자 '폐지돼야 할 정책 1순위'로도 꼽히지만 장기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관장 늑장 선임도 병폐 중 하나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선 기존 원장의 임기가 만료된 지 1년이 됐는데도 아직 신임 원장 선임 절차가 한창이다. 통상 원장의 임기가 끝나기 3개월 전에 초빙 공고가 이뤄져야 하는데, 출연연은 오히려 임기 만료 수개월 후에 공고가 뜨는 일이 허다하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과학의날(21일)을 맞아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연구 현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더욱 심해졌다"며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고 연구개발목적기관 실효성을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또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으로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폐기하고, IMF를 거치면서 강제로 축소된 출연연 정년을 환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공연구노조가 과학기술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설문한 결과 응답자 44.6%가 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48%는 공공기관으로 유지하더라도 출연연은 별도로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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