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성공시대] 다가서고, 배우고…마을주민ㆍ귀농귀촌인 '남다른 하모니'
태안군은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귀농귀촌인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지자체 중 한 곳이다.
군 농기센터는 귀농귀촌인을 위해 농작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농기계 임대 및 농작업 지원, 예비 농업인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2023 태안군 귀농학교 1기 교육'을 진행하는 등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로인해 태안군은 매년 많은 도시민이 귀농귀촌을 위해 찾으면서도 마을 주민과 귀농귀촌인 간 갈등이 적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봉사를 모토로 삼는 귀농귀촌정착협의회의 활동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참외로 특산주 만들어 수출까지, 귀농귀촌의 새로운 성공사례로
지난 2월 태안군 농업 분야에 의미 있는 수출 소식이 전해졌다. 태안산 참외를 이용해 제조한 증류주 375㎖ 600병이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것. 수출액은 1200만 원 가량으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그동안 딱히 내세울 만한 특산주가 없었던 태안에서 특산주가 만들어지고 수출까지 성사됐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성과의 주인공은 태안군 남면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주)태안발효' 대표 허정원(66) 박사다. 전남대학교 축산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 연구원 및 모교 대학원에서 미생물 연구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정년퇴임한 후 2018년 태안으로 귀촌했다.
처음엔 취미생활로 시작했다. 퇴임 후 평소 관심분야였던 전통발효를 연구하다 전통주를 빚어보고 이를 이웃들과 나눴는데 다들 감탄하며 '이건 돈 받고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다.
"태안지역 쌀 품질이 좋더라고요. 여기에 참외를 더해 술로 만들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특히 해외에서는 참외라는 과일을 쉽게 접하지 못하잖아요? 참외주가 해외 교포 분들에게 한국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거라 생각했어요." 허정원 대표의 말이다.
참외주는 소주와 비슷한 24%의 도수에 참외의 달콤한 향이 입 안에서 퍼져 감미롭고 깔끔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통방식을 택해 대량생산이 어려운 만큼 주문자 생산방식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맞는 전통주 제조에 전념하고 있다.
또한 태안백주, 태안법주, 태안별주 등도 법인에서 함께 생산해 태안군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부터는 네이버 스토어에도 입점해 온라인 판매에도 나서는 등 귀농귀촌의 새로운 성공사례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허정원 대표는 "발효기간이 길고 숙성과정도 거쳐야 하는 분야인 만큼 경제성 확보가 난제이긴 하지만 익을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는 전통주의 가치를 잃고 싶지 않다"며 "명품 전통주가 태안의 새로운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먼저 다가갑니다" … 지역민에 감동 전하는 태안군 귀농귀촌정착협의회
태안군 귀농귀촌정착협의회의 복미희 회장(62)은 경기도 부천에서 영업사원 일을 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2010년 처음으로 만리포 해수욕장을 방문해 태안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그녀는 이후 수시로 시간날 때마다 태안을 찾아오며 태안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기 시작했고, 마침내 2016년 태안군 소원면 법산리에 터를 잡아 완전히 정착했다. 태안군 귀농귀촌정착협의회의 토대는 그렇게 마련됐다.
"태안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정착교육을 하는데 거기에 참여했다가 센터 관계자 분들을 만났어요. 제가 교육을 열심히 들으니까 저보고 귀농귀촌인 모임을 함께 만들 생각이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이 돼 협의회 회장까지 맡게 됐어요."
함께 교육을 받던 귀농귀촌인들 약 30여 명이 초대 회원이 돼 함께 뭉쳤다. 복미희 회장과 회원들은 화합을 위한 도시민들의 마음을 지역민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헌신적인 봉사에 나섰고, 집수리 봉사와 반찬나눔을 통해 8개 읍면 전역을 누비며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들은 주로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봉사를 도맡아 한다. 올해는 지역 노년층을 대상으로 '양말목 공예' 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버려지는 양말목을 활용해 냄비받침 등 가정에서 활용 가능한 간단한 소품을 만드는 것으로, 10개 마을의 경로당을 찾아 약 30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활동을 펼쳤다.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많이 고마워 하시더라고요. 저희도 귀농귀촌인으로서 먼저 다가가 한데 어우러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렸어요. 아무래도 도시에서 쭉 살던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 이해하지 못할 점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고 앞으로도 하려고 합니다"
현재 62명까지 늘어난 회원들은 올해 마을 주민과 함께 하는 화합 한마당 행사를 마련하고 연말에는 연탄 배달에도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수시로 마을 주민들을 만나 밥도 먹고 얘기도 나누는 살가운 과정 속에서 귀농귀촌인들의 진솔한 마음을 전해나갈 예정이다.
목미희 회장은 "1년에 적어도 5-6차례는 봉사를 하려고 해요. 귀농귀촌인에 대한 편견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쉬운 소리를 할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정한 태안군민의 일원으로서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재능나눔 봉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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