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핀터레스트 성공시킨 창업자들, 사업 기울며 회사 떠났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창업자가 되는 것은 사업을 잘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엄청난 돈과 명예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추종자를 갖게 되죠.
하지만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실리콘밸리 기업의 생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상당수는 반짝 인기 몰이를 한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한 창업자의 시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리프트, 트위치, 인스타카트, 핀터레스트… 이 기업들의 창업자들이 모두 최근 회사를 떠났습니다.
뒤처지기 시작한 우버의 경쟁자
이달 초 리프트 공동 창업자인 로건 그린과 존 짐머가 회사에서 물러났습니다. 리프트는 한때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를 위협했던 2위 사업자입니다. 초창기 리프트는 우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우버는 비싼 검은색 차량을 내세워 택시를 대체하려고 했고, 리프트는 누구나 택시 기사가 될 수 있는 호출 승차 모델을 앞세웠습니다. 우버는 뒷자리에 앉아가는 모범택시, 리프트는 옆자리에 운전자와 함께 앉아가는 친근한 서비스를 지향한 것이죠. 물론 두 회사의 사업은 갈수록 비슷해졌습니다.
1위 사업자인 우버가 규제 당국과 싸우는 동안 리프트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앱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2017년에는 미국 최대 자전거 공유 업체 모티베이트를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우버의 시장점유율은 2020년 62%에서 2022년 74%까지 올랐고, 리프트는 같은 기간 38%에서 26%로 떨어졌습니다. 리프트 주식은 2019년 상장 이후 90%나 급락했습니다.
특히 우버는 최근 리프트를 겨냥해 요금을 더 낮추고 있습니다. 리프트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출혈경쟁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CNN은 “우버는 음식과 식료품 배달 업체에 진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리프트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사업 구조가 단순하다 보니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시대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리프트의 사례는 한때 실리콘밸리 문화를 대표했던 ‘치열한 경쟁’이 사실은 일방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세계 최대 라이브 비디오 왕국 건설자의 퇴진
지난달 17일에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의 에멧 시어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2006년 저스틴 칸과 함께 트위치의 전신 ‘저스틴TV’를 개발한 시어는 2011년 게임 카테고리만을 별도로 떼어 트위치를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게임을 중계하고 전 세계인이 함께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시어의 아이디어는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불과 3년 뒤 아마존이 트위치를 9억7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했고, 시어는 독립적으로 트위치를 책임져 왔습니다. 트위치의 일일 활성 사용자는 3000만명, 월간 스트리밍 사용자는 800만명을 넘습니다.
그러나 트위치는 사용자 숫자가 정체되고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는 문제로 고심해 왔습니다. 방송을 진행하는 크리에이터들과의 수익 배분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음란 방송 같은 불건전한 콘텐츠 단속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게다가 유튜브에 크리에이터를 대거 빼앗기고 있습니다. 시어는 마지막 사내 메일에서 “지금보다 트위치와 사람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후임자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사그라든 식료품 장보기 열풍
블랙베리, 퀄컴, 아마존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아푸르바 메타는 2010년에서 2012년 사이에 무려 20개의 스타트업을 차렸는데 모두 망했습니다. 2012년 마지막으로 창업한 기업이 인스타카트였습니다.
인스타카트는 고객이 구매할 식료품을 지정하면 회원들이 대신 매장을 찾아가 물건을 산 뒤 장바구니에 담아 1시간 이내에 배달해 주는 일종의 심부름 서비스입니다. 인스타카트는 생필품 하나를 사려 해도 차를 몰고 멀리 나가야 하는 미국식 쇼핑 문화의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쇼핑할 여유가 많지 않은 맞벌이 부부나 전문직 독신자도 인스타카트에 열광했습니다.
2021년 인스타카트의 기업 가치는 390억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유행이 잦아들고 투자 시장이 악화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기업공개(IPO)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메타는 경쟁사인 우버와 도어대시에 인수 또는 제휴에 관심이 있는지 타진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인스타카트의 기업 가치는 240억달러로 40% 폭락했습니다. 최고 경영진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자 메타는 지난해 7월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놓고 회장으로 물러나겠다”면서 “IPO가 이뤄지면 회장도 내려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상에서 내려오기란 하늘의 별 따기
구글 온라인 광고팀 출신으로 소셜미디어 핀터레스트를 공동 설립했던 벤 실버먼 역시 지난해 CEO직을 내놓았습니다. 실버먼은 사용자들이 관심사를 핀으로 찍어 자기 계정에 끌어오게 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는 핀터레스트를 성공시켰습니다. 월간 사용 수가 3억명 수준으로 트위터와 비슷할 정도입니다. 2021년에는 매출 26억달러에 3억1600달러의 이익을 창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용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전직 핀터레스트 직원들이 사내에 인종·성차별, 임금 불평등, 상사의 보복 행위 등을 폭로하면서 소송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피해자들에게 2250만달러의 합의금을 주고, 250만달러의 기부금을 자선단체에 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리더십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물러나느냐죠.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처럼 정상에서 내려온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리프트, 트위치, 인스타카트, 핀터레스트 모두 한때 실리콘밸리의 차세대 주자로 촉망받던 기업입니다. 과연 리더십 변화가 이들의 부활을 이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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