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라섬 ‘사랑의 오작교’를 기대하며
소 잘 키우던 견우와 베 잘 짜던 직녀는 혼인을 하고 난 다음 허구한 날 사랑을 나누며 시간을 허비했다. 보다 못한 옥황상제는 은하수강을 사이에 두고 둘을 갈라놓았다. 그러고는 칠월칠석날 은하수강 양편에서 만나 얼굴만 보라고 명령했다. 칠석날만 되면 둘은 은하수강 사이에 서서 목놓아 울었다. 보다 못한 까마귀와 까치들이 모여 은하수강에 사랑의 다리를 만들기로 했다. 덕분에 견우·직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됐고 하늘이 맑아지며 폭우도 그쳤다.
사람들은 다리 이름을 오작교(烏鵲橋)라고 했다. 역사문헌으로, 평안남도 남포시 덕흥리 고구려 고분벽화의 무덤 천장 벽에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소를 끌고 가는 견우, 강 건너편에서 견우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직녀의 모습을 그린 설화로 남아 있다. 광복 후, 1946년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 풍속편에 이 오작교 역사문화 스토리를 상세한 기록으로 남겨 놓아 오늘날까지 세세하게 전해지고 있다.
북한강 유역에 칠월칠석 즈음에 폭우가 내리면 피해가 속출한다. 가평군은 자라섬 일대 치수를 위해 온갖 대책을 수립하고, 홍수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홍수 시에 의암댐과 소양강댐에서 방류를 하고 청평댐에서 수문 개폐를 조절하면 북한강 40㎞ 구간의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자라섬 일대가 범람하게 된다. 자라섬 입구 고수부지와 섬 내부까지 연결되는 통행로는 단차선이기 때문에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 발생 시 병목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특히 여름 성수기, 자라섬 캠핑장과 관광 편의시설에서 휴가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다양한 통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019년 경기도 정책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자라섬 수변생태관광벨트 조성’ 후속으로 진행한 전문가 세미나 결과, 자라섬 서도와 달전리 고수부지 구간에 도보교를 건설하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2년 동안 기관들과 협의를 한 끝에 드디어 자라섬 홍수재난 대피용 다리를 건설하게 됐다. 길이 165m, 폭 2m의 현수보도교(출렁다리)다.
오랫동안 북한강 자라섬 부근에서 무리지어 서식하는 까마귀와 까치들이 칠석날 즈음에 폭우가 내리고 홍수 재난이 발생하면 모여 극성스럽게 울부짖으며 날아다니곤 했다. 자라섬 현수보도교가 완공되면 그들도 마음 놓고 편안하게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렇게 자라섬에 사랑의 오작교가 탄생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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