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학식’과 580만원짜리 수학여행 [현장메모]

이보람 2023. 4. 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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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생식당에서 10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는 '1000원 학식'이 이슈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날아오는 수학여행 안내문은 흡사 '청구서'를 받는 기분이었을 수 있다.

학생들의 진로탐색이나 견문을 넓히는 차원에서 해외 수학여행은 좋은 기회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수학여행을 갔던 아이들이 2~3년 뒤엔 1000원짜리 학식을 하러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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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생식당에서 10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는 ‘1000원 학식’이 이슈다.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 ‘3고(高)’에 따른 경기침체, 치솟는 생활물가 속에 학생들의 건강한 밥상을 저렴하게 정부에서 챙겨주자는 뜻이 담겼다. 그런데 이런 사회 분위기와 동떨어진 ‘고비용 수학여행’으로 논란인 곳이 있다. 살림살이가 넉넉하다고 하는 울산이다. 전체 고교 56곳 가운데 6곳이 경주 불국사·첨성대가 아니라 올해 해외에서 학창시절 추억을 쌓는다고 한다.

애니원고는 2학년 학생 89명이 오는 6월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에 간다. 1인당 경비는 120만원. 울산과학고 1학년 70명은 미국 동부와 캐나다로 떠난다. 1인당 비용은 580만원이란다. 방콕, 중국, 네팔로 가는 학교도 있다. 비용이 가장 적은 학교는 1인당 85만원이다. 해당 학교들은 “매년 해온 전통”, “학생·학부모 수요조사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수학여행을 못 갔기 때문이라는 해명도 있다.
이보람 사회2부 기자
수 년간 없던 일이다 보니 학부모들은 착잡하다. 팍팍한 살림살이에 날아오는 수학여행 안내문은 흡사 ‘청구서’를 받는 기분이었을 수 있다. 다른 아이들이 가는 수학여행에 우리 아이만 보내지 않을 용기를 낼 부모는 과연 몇이나 될까.

‘고가 수학여행’이 눈총을 받자 울산시교육청은 해명을 내놨다. 사전 안내 후 학부모 동의를 받아 추진하도록 하고 있고, 위화감 조성 우려가 있는 고액 경비 부담은 가급적 자제하고 국내 수학여행을 권장하고 있다면서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학교 예산으로 경비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친절한’ 설명도 달았다. “자율에 맡겼다”, “시교육청은 권고를 했다”는 그저 그런 알맹이 없는 해명이다.

학생들의 진로탐색이나 견문을 넓히는 차원에서 해외 수학여행은 좋은 기회일지 모른다. 학부모의 동의를 얻는 ‘자율적인’ 절차를 거친 만큼 좋고 나쁨을 가려 말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수학여행을 갔던 아이들이 2~3년 뒤엔 1000원짜리 학식을 하러 가게 된다. 이런 간극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될까. 눈치는 이럴 때 보는 거라고 어릴 때 배웠다.

이보람 사회2부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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