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설마 내 집도?… 전국 깡통주택 최소 23만건
전세금 미반환 1년새 2배 증가
"정부, 피해방지 대책 세워야"
전국 곳곳에 매매가보다 전세금이 높은 이른바 '깡통주택'이 23만여건으로 추정됐다. 전세금 미반환액은 1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전국 곳곳에 이상·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전세가 심화한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를 통한 깡통주택이 크게 늘었고, 이들 주택의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 도래하자 전세금 피해 사건이 하나둘 터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서울·동탄·구리·부산 등 전국서 전세사기 터져=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탄 오피스텔 전세금 피해 사건의 임대인인 A씨 부부 케이스도 깡통주택 케이스로 추정된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원 안팎의 동탄지역 오피스텔 253채를 차례로 매입한 이들은 보유세 등을 내지 못할 처지에 몰리자 임차인들에게 "오피스텔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달라"며 소유권을 넘기려 했다.
이런 연락에 놀란 임차인들은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은 데다가 계약 당시보다 집값이 하락한 상황이라 오피스텔을 떠안게 될 경우 5000만원의 손해가 날 것을 우려해 경찰에 '전세사기 의심 신고'를 하고 있다.
이런 전세금 피해 사건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주택 1139채를 보유하고 있다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서울 '빌라왕', 피해자 3명이 사망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인 '건축왕', 깡통주택 3400여채로 전세 사기를 벌인 '빌라의 신' 사건 등 지난해부터 닮은꼴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날 부산에서는 90여채를 소유한 부부가 세입자들의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잠적해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고, 경기 구리시에서도 500여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해 경찰이 20여명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상 잡히는 '깡통주택 위험군'만 23만건= 전세금 피해 사건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 161만 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 가격 대비 세입자 임대보증금 비중(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갭투기'(깡통주택 고위험군)가 12만1553건, 전세가율이 60~80% 미만이라 집값 하락시 등장할 '잠재적 깡통주택 위험군'도 11만1481건로 집계됐다. 잡히는 수치로만 깡통주택 위험군이 최소 23만가구라 통계상 잡히지 않는 위험군까지 포함한다면 관련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깡통주택으로 인한 전세금 이상·위험신호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경찰청이 대통령실에 보고한 전세 사기 검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 사기는 총 622건으로 전년의 187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연도별 보증 사고액 현황도 관련 지표 중 하나다. 지난해 전세금 미반환 금액은 총 1조1726억원으로, 전년 5799억원 대비 1.02배 증가했다.
◇"피해 사례 계속될 듯…정부 차원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20~2021년 수도권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공격적인 갭투자 방식이 집값 하락 시기가 도래하자 '깡통주택 사태의 뇌관'이 됐다고 분석한다. 실제 2021년 아파트 가격이 정점을 찍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이 많이 공급됐다. 당시 2030세대가 전세가율 등을 고려해 비교적 안전한 매물이라고 믿고 입주했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대학원장은 "집값 하락 추세와 금리 사정이 단기간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임차인들 가운데 피해를 보는 사례가 계속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며 "전국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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