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 87년史 ‘농업 명문’... 내일의 ‘농업 거목’ [꿈꾸는 경기교육]
농업을 두고 흔히 우리 삶의 근간이라고 한다. 인류의 삶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산업,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 바로 농업이다. 이러한 농업을 배우고 익혀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공간이 있다. 기존 농업의 장점을 살리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발전하는 곳,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교장 김종운·이하 ‘수원농생명고’)가 바로 그곳이다.
‘자립, 근면, 성실, 협동’을 교훈으로 미래 핵심 역량을 갖춘 플러스형 농생명과학 인재육성을 교육 지표로 삼고 있는 수원농생명고는 1936년 문을 열어 87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학교다. 학교 내에 제1, 2 과학관부터 기숙사, 농업기계실, 공작실, 학과별 각종 실습실을 갖춘 것은 물론 스마트팜 온실까지 두고 있어 일대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큰 규모를 자랑한다. 33학급, 700여명의 학생들이 농업의 가치를 지켜가는 곳, 수원농생명고를 가봤다.
■ 진로 탐색부터 결정까지...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
수원농생명고는 3년의 교육과정 동안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해 실제 경험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진로를 선택하다 보니 이미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 내는 것은 물론 학생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 중 하나인 수원농생명고는 1학년을 진로탐색의 시기로 보고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다양한 교육을 기반으로 1학년 말쯤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고, 2학년 말에는 3학년 때 배울 세부 전공 및 다른 전공 과목이나 다른 학과의 과목을 직접 선택해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선택할 수 있는 과목도 다양하다. 생물자원과학과의 기본코스 6개, 심화코스 6개를 비롯해 반려동물과 기본코스 및 심화코스 각각 2개, 식품생명과학과의 기본코스 및 심화코스 각각 8개가 개설돼 있다. 바이오시스템과의 경우 기초코스와 심화코스 각각 4개씩을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코스제로 교사 1명당 학생 12~13명만 담당하면서 실무 능력을 키울 수 있고, 학생별 수준에 맞춘 맞춤형 수업 역시 진행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세부전공을 선택해 산업체 현장에 대한 이해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농산업 분야를 이끌어 나갈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농산업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와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 핵심 농업인력으로서 필요한 전문기술능력 향상 및 직업윤리의식을 함양시킬 수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 각종 전국대회 휩쓸고, 3년 연속 11명 서울대 진학
수원농생명고는 이 같은 세밀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각종 기능 대회에서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2022 경기도 기능경기대회 농업기계정비 분야에서 금·은·장려상을 받았고, 화훼장식 분야에서는 동상을 수상했다. 또 제57회 전국 기능경기대회에서는 농업기계정비 분야에서 동상과 우수상을 받았고, 2022 조경가드닝 민간 기능경기대회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2023 경기도 기능경기대회에서도 화훼장식 분야와 농업기계정비 분야에서 각각 금상을 수상했고, 농업기계정비 분야 동상을 추가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전국 영농학생축제에서 교육부장관상, 농정원장상, 농촌진흥청장상,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수원농생명고는 또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해 일정 교육 훈련과정을 이수한 뒤 평가를 거쳐 합격한 훈련생에게 학력과 상관없이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이를 이용하면 조경산업기사나 제빵산업기사 자격 분야에서 전문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이러한 실무 위주의 다양한 교육 덕에 전국에서 4명만 선발하는 서울대 농업계 특별전형에 2020년 3명, 2021년 4명, 2022년 4명의 학생들이 합격하는 등 사실상 관련 전형을 휩쓸고 있다.
■ 미래 역량 강화하며 지역사회와 발맞춰
수원농생명고는 디지털 신기술 융합역량을 함양하는 한편 이러한 능력이 취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디지털 캠프 및 특강부터 스마트팜 연수, 정규교과에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수업, 방과후 관련 자격증 획득 등을 위한 디지털 활용수업까지 스마트농업, 첨단 식품산업, 4차산업혁명시대의 농기계 산업 종사 인재 양성을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NCS 실무과목인 조경설계와 조경시공을 배운 학생들이 수원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마을조성사업도 하고 있는데, 올해는 인계동 청소년문화공원에 학생들이 직접 나가 정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반려동물 양육지원을 위한 사업 및 청소년 대상 자원봉사 지원, 반려인 가정을 방문해 목욕과 미용활동 등 다양한 봉사 활동도 진행 중이다.
김종운 교장은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을 통해 학교 안 교육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교원들과 함께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고 교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각종 연수를 통해 애쓰고 있는 점이 학생들에게 좋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운 교장 “창의 주도형 교과 운영... 플러스형 인재 육성 온힘”
“우수한 능력을 갖춘 미래 농업 인재 양성을 위해 품격 있는 인성을 지닌 학생들을 양성하겠습니다.”
2020년 3월 수원농생명과학고등학교에 부임한 김종운 교장은 미래 농업 분야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87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농업교육협회 회장교이기도 한 농업교육의 선도기관으로서 그 명성을 지키고, 발전시켜 가는 것이 그의 목표기 때문이다.
농업교사로 교직 생활을 시작한 김 교장은 과거 꾸준히 수원농생명고의 발전을 지켜봐 왔던 만큼 미래 농업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과 동시에 희망과 설렘을 느꼈다고 했다. 미래형 농업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 교직원은 물론 학부모, 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와 끊임 없이 협력하고 교류해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 역시 부임 당시 느낀 희망찬 학교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김 교장은 “우리 학교의 인재상은 인성과 창의성, 전문성을 갖추고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는 미래형 인재 양성”이라며 “학생들이 원하는 교과목을 수강하고 자신의 진로에 맞춰 공부할 수 있는 선택형 교과 운영과 교사들의 사랑이 담긴 교육 역시 학교의 인재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장은 올해 시작될 교육부의 그린스마트미래학교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는 “학교의 역사가 긴 만큼 시설의 현대화가 이뤄지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번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에 선정돼 교육시설 현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며 “학생들이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각종 실습 위주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우리 학교의 가장 큰 강점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협력해 활동하는 실습 수업이 다양하고, 각종 프로젝트 역시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예측 불가능한 미래 세계를 개척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학생, 교직원, 학부모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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