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적’으로 돌리는 대통령…살벌한 진영 갈등 한복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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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한국이 살벌한 진영 갈등의 '한복판'에 내몰리게 됐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군사 지원에까지 나서게 되면, 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적'이 되고 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러시아의 침략을 직접적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적극적 군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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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러, 우크라 침공]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한국이 살벌한 진영 갈등의 ‘한복판’에 내몰리게 됐다. 핵 대국이자 극동에 만만치 않은 전력을 배치해둔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면, 한국의 안보 환경이 더 위태로워지고, 외교적 운신의 폭이 극단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뒤 러시아는 한국에 살벌한 경고 메시지를 쏟아냈다. 러시아 외교부는 2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무기 제공도 반러 적대(hostile)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했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전날 우리가 “북한에 최신 무기를 제공하면 한국 국민들은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간접적으로 군사 지원을 결단하면, 한국을 적으로 간주하고 보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한국은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국이 주도한 대러 제재에 참여해 그해 3월7일 러시아의 ‘비우호국’으로 지정됐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군사 지원에까지 나서게 되면, 이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적’이 되고 마는 셈이다.
이를 경고하듯 러시아 국방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19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초음속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22M3 8기를 오호츠크해와 동해 북부에 띄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점점 강화되는 미-일 동맹과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을 견제하기 위해 14일부터 극동에서 “167척의 전함·보급함, 12척의 잠수함, 89기의 항공기·헬리콥터가 참여”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 중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러시아의 침략을 직접적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적극적 군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말 개전 이후 19일까지 354억달러(약 46조8000억원)의 군사 지원을 쏟아부었고, 독일은 ‘시대전환’을 선언하며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를, 폴란드·슬로바키아는 옛소련제 전투기인 미그-29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한국과 비슷한 입장인 일본은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임을 내세워 화려한 ‘립서비스’를 쏟아내면서도 군사 지원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자세는 지난달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키이우 ‘깜짝 방문’ 때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회담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2022년 이후 총액 71억달러에 달하는 인도·재정 지원을 결정했다”며 “전력·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자료 ‘일본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있다’를 봐도 일본은 방탄조끼·방탄헬멧·천막 등 비살상 물품을 보냈을 뿐이다. 시민들 역시 76%가 무기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니혼게이자이신문> 2월 여론조사)는 입장이다. 일본은 전쟁 이후 러시아와 삐걱대면서도 사할린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를 계속 수입 중이다. 일본의 안보와 직접 관련 없는 곳에 무기를 보내 불필요한 마찰을 빚을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군사 지원에 나서 러시아의 적이 되면 여러 곤란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향후 유엔 안보리 내의 모든 논의에서 발목이 잡히고, 직접적 군사 위협에 노출될 수도 있다. 2022년판 일본 <방위백서>를 보면, 2019~2022년 상반기까지 중·러는 독도 상공에 전략폭격기를 네번이나 띄우는 연합훈련을 진행했다. 2019년 7월23일엔 깜짝 놀란 한국 공군이 실탄을 쏘아가며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조기 경보통제기를 쫓아냈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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