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남산 하얏트, 거래 성사 분수령은

김근우 2023. 4. 2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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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자 블루코브자산운용, 자금 모집 중
5월말 중도금 납부 시점이 매각 성사 기로
부채로 생기는 이자비용 메울 현금흐름 '관건'
이 기사는 2023년04월20일 18시03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서울 남산의 대표적 5성급 호텔인 ‘그랜드하얏트서울’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인수 주체인 블루코브자산운용(블루코브)이 투자자를 모집해 인수대금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도금 납부 이후로는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는 계약을 맺은 만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중도금 납부 시점이 매각 성패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은 해당 거래에 대한 출자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외부 요인’보다는 해당 자산의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안고 있는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 등을 상쇄하고도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내 자산가치가 불어날 수 있을지를 살펴볼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 용산구 소재 그랜드하얏트서울 전경(사진=그랜드하얏트서울 제공)

중도금 납부 가능할까…‘밸류애드’VS‘평판 리스크’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인수하기로 한 블루코브는 5월말까지 중도금 1600억원을 모집해 매각 측에 지급하기로 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연말까지 2200억원의 잔금을 추가적으로 납입해야 한다. 다만 중도금 납부 이후 소유권과 지분 처분권 등을 가져올 수 있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중도금 마련’이 거래를 성사시킬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블루코브는 KH그룹으로부터 7000억원대 초반에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인수하기로 했다. 협상 초기 매각가는 1조원 안팎이 예상됐지만,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매각가가 하향 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의 3000억원대 부채를 블루코브가 인수하는 형태의 거래인 만큼 조달해야 할 총 금액은 4000억원 초반대로 파악된다. 현재 블루코브는 JS코퍼레이션으로부터 350억원 가량의 자금을 빌려 계약금을 지급한 상태로 5월말까지 이 금액과 중도금을 더한 2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확보해야 한다.

블루코브자산운용은 이지스자산운용 출신 김승범 대표가 지난 2019년 설립한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다.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을 ‘그랜드 조선 부산’으로, 하얏트 리젠시 제주를 ‘파르나스 호텔 제주’로 각각 탈바꿈시키는 등 밸류애드(value-add)를 통한 운용을 추구한다. 호텔자산 뿐 아니라 기업 오피스, 물류센터 역시 운용하고 있다.

블루코브는 매각 측인 KH그룹의 ‘평판 리스크’가 부적절히 확산되는 점에 다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최근 KH그룹의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담합 혐의를 수사 중이다. 이밖에도 KH그룹은 대북 송금 의혹과 주가조작 혐의도 받고 있다.

출자 기관 담당자들은…외부 요인보다 ‘본질 가치’에 방점

다만 블루코브는 매각 측인 KH그룹과의 연관성은 중도급 납입 이후 정리되며, KH그룹이 매각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출자할 일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블루코브는 혹여라도 자금 조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으나 국내 주요 기관들을 대상으로 출자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한 출자 기관의 기업금융 담당자는 “해당 거래에 대한 출자 제안을 받지 못해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라면서도 “시끄럽거나 주목받는 딜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1대 1이 아닌 다양한 기관이 함께 출자하는 형태라면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출자 기관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거시경제 상황과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매각가가 정해졌다면 싸다고 생각하는 곳에선 출자할테고, 비싸다고 생각하는 곳은 안하지 않겠나”라며 “출자를 검토할 때 정치적인 측면 등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코로나 이후 회복되는 수요를 통해 호텔의 재무 상태가 얼마나 개선될 수 있는지를 설득하는 작업이 블루코브의 자금 조달 성공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랜드하얏트서울이 안고 있는 부채는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매년 이에 따른 이자비용이 상당 부분 발생하는 만큼, 이를 상쇄하고도 출자자들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을 만큼의 현금 흐름이 발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랜드하얏트서울 지분 100%를 가진 서울미라마유한회사는 지난 2021년 220억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봤지만, 지난해에는 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블루코브 측은 올 1분기 실적 역시 지난해에 비해 크게 개선될 것이라 자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향후 밸류애드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도 관심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블루코브는 대기업 회장님들의 의전을 위한 호텔이 아닌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호텔로 하얏트를 바꾸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근우 (roothel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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