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소나무 1만 그루 베어내는 이유…골프장 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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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지리산 자락에서 수상한 벌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는 "골프장 조성에 유리하도록 미리 벌채하고 작업로 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구례군은 업무협약을 즉시 파기한 뒤 추가적인 산림 훼손을 막고 원상복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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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지리산 자락에서 수상한 벌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병충해에 약한 소나무숲 대신 편백숲을 조성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게 토지 소유주들 설명이지만, 사실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골프장 조성을 위한 정지 작업’으로 의심한다. 벌채가 이뤄지는 구간에선 15년 전에도 구례군이 민간업자와 함께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20일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이 공개한 ‘산동면 좌사리 일원 입목 벌채허가 및 신고수리 내역’을 보면, 구례군은 지난 2월3일부터 이달 말까지 좌사리·관산리 인근 산 16개 필지에 대한 벌채 신고를 허가했다. 이곳의 땅 주인 4명은 21만㎡에서 소나무 1만600여그루를 베어내겠다고 신고했다.
문제는 이곳이 지리산국립공원 경계와 겨우 200m 남짓 떨어진 곳으로, 삵과 수달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환경부 고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땅 주인들은 소나무를 베어내 팔고 2026년 2월까지 편백을 심겠다며 벌채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현재 이곳에선 베어낸 소나무를 파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벌채 구역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되다가 무산된 골프장 사업지와 겹친다는 점을 주목한다. 산림이 우거져 있으면 골프장 허가를 받기 쉽지 않으니, 다른 이유를 내세워 일단 나무부터 베어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환경부가 고시한 ‘골프장의 중점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평가방법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생태·자연도 1등급 해당 여부와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 여부를 중점 평가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말 개정된 산림자원법이 시행되는 6월부터는 20만㎡ 이상을 벌채하려면 민관 합동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대규모 벌채 자체가 쉽지 않아진다.
구례군이 지난달 23일 ㈜피아웰니스, ㈜삼미건설과 ‘구례온천 시시(CC) 조성사업’(가칭)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것도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구례군은 침체된 산동면의 온천지구 활성화를 위해 1000억원을 들여 관산리 일대 150만㎡에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려고 한다. 업무협약에 따르면 피아웰니스는 시행, 삼미건설은 시공을 맡고 구례군은 사업 인허가 등 행정절차를 지원하게 된다. 그런데 벌채가 이뤄지는 땅 소유주 가운데 2명이 피아웰니스 임직원이고, 나머지 2명도 임직원의 가족과 지인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대표는 “골프장 조성에 유리하도록 미리 벌채하고 작업로 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구례군은 업무협약을 즉시 파기한 뒤 추가적인 산림 훼손을 막고 원상복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현주 구례군 산림경영팀장은 “협약은 아무런 강제성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골프장 추진과 벌채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피아웰니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로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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