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무역수지 악화에 환율 요동… 장중 연고점 경신
이도형 2023. 4. 20. 18:52
원·달러 환율 1322.8원 마감
지난주 한은·국민연금 스와프로 ↓
다시 상승곡선 그리며 ‘제자리’로
증권가 “수출경기 회복 가시화 땐
원화가치 강세 추이 보일 것” 밝혀
2022년 수출대금 달러 비중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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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상승곡선 그리며 ‘제자리’로
증권가 “수출경기 회복 가시화 땐
원화가치 강세 추이 보일 것” 밝혀
2022년 수출대금 달러 비중 85%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긴축 모드를 계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최근 환율 상승의 주재료로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국가 대비 달러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달러가치와 원화가치가 동시에 떨어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는 점 등이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여겨진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9원 하락한 1322.8원에 마감했다. 전일 대비 하락하긴 했으나 이날 환율은 장 초반 1329.5원을 기록하면서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통화스와프의 영향으로 지난 14일 1300원 밑으로 떨어졌던 환율은 이후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최근 1320원을 넘어섰다. 가파른 환율 상승의 원인은 우선 미국 내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연준이 긴축 모드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탓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은과 국민연금 간 통화스와프로 급락한 환율이 다시 돌아간 것”이라면서 “영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으로 긴축 경기가 재점화했다”고 말했다. 영국 통계청은 지난 3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10.1%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9.8% 상승을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미 연준의 ‘삼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9일 (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통화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변하지 않음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달러가치가 최근 들어 상대적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3시30분 현재 전일 대비 0.12% 하락한 101.85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무역수지 악화를 원인으로 짚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예상보다 확대되면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전환한 것이 일단 원화 약세 압력을 높이고 있다”며 “특히 대(對)중국 및 반도체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서 무역수지 적자 탈출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의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58억6100만달러로 지난해 역대 최대 무역적자(478억달러)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유은혜 한은 국제연구팀조사역은 지난 19일 한은 블로그에 게시한 ‘원·달러 환율 변동성과 변화율의 국제비교’ 글에서 “최근 원화의 변화율이 상대적으로 확대된 데에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과 함께 무역수지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은 국제금융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2월 중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 변화율은 7.4%로, 표본 국가(34개국) 평균(3.0%)의 2배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무역수지 회복이 환율 안정의 주요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박 연구원은 “2분기 말 혹은 3분기 초 대중 수출 회복을 통해 국내 수출 경기 회복 시그널이 가시화한다면 원화가치는 강세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반면 예상보다 약한 중국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된다면 원화가치의 추가 약세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지난해 수출 결제 대금의 통화별 비중으로 미국 달러가 85.0%로 가장 높았고, 유로화(5.8%), 엔화(2.3%), 원화(2.3%) 등의 순이었다고 밝혔다. 2021년과 비교해 달러는 1.2%포인트 늘었고, 원화는 0.2%포인트 줄었다. 수입 결제 대금의 통화별 비중은 달러가 2.7%포인트 오르며 82.8%를 차지했고, 원화는 0.5%포인트 하락한 6.1%였다.
이도형·안승진·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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