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지갑의 진화`, 선제 대응 시급하다
지갑의 역사는 귀중품을 주머니나 다른 간단한 용기에 넣고 다니던 문명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명이 발전하고 지불 수단이 변화하면서 지갑은 동전, 지폐, 신용카드, 가상자산 등을 담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디지털 시대에 지갑은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갖게 되었다. 디지털 지갑(Digital Wallet)은 개인이 암호화폐, 디지털 인증서 및 기타 형태의 디지털 정보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저장, 관리 및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로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주니퍼리서치는 2026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지갑 사용자 수가 52억 명을 넘을 것이며, 2022년에 비해 5년 동안 53% 이상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현금보다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과 같은 지불결제 앱을 통한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암호화폐, 대체불가토큰(NFT) 등과 같이 디지털 형태의 자산이 생겨나면서 디지털 지갑은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는 필수 도구가 됐다. 또한, 온·오프라인에서 본인확인을 위해 스마트폰에 탑재 가능한 모바일 운전면허증 등과 같은 디지털 신분증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디지털 지갑의 역할은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플랫폼 기업들이 슈퍼앱 전략에 집중하면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앱은 하나의 앱으로 소셜미디어, 결제, 쇼핑, 예약 등 여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앱이다. 사용자로서는 여러 개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각각의 기능을 제공하는 앱들을 별도로 설치하거나 가입하는 절차를 하지 않아서 편리하다. 기업으로서는 슈퍼앱을 통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쌓은 데이터를 통해 부가 수익을 창출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슈퍼앱의 핵심은 사용자 본인확인 및 결제와 개인정보 관리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지갑 기능이다. 디지털 지갑의 역할이 늘어나면서 디지털 지갑에는 사용자의 중요한 개인정보와 디지털 자산이 쌓이게 될 것이다. 보안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 지갑이 해커의 공격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몇몇 유명한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에게 낚시성 해킹 주소를 클릭하도록 유도해 피해자의 지갑 내에 있는 NFT와 암호화폐를 탈취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근 '사이버 보안 위협 분석 전망'에서도 해커들의 가상거래소, 전자지갑, 탈중앙화 금융(DeFi) 등을 겨냥한 가상자산 목표형 공격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기존의 온라인 환경보다 더욱 다양한 ID와 개인정보 및 가상자산을 이용해 경제활동을 하는 메타버스에서는 디지털 지갑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 공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디지털 지갑의 안전하고 편리한 활용을 위해 향후 고려해야 할 보안 위협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는 해킹 위협이다. 디지털 지갑이 돈이 될만한 정보가 모여있는 디지털 곳간이니 해커가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 해커는 탈취한 정보를 통하여 불법적으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거나 디지털 지갑 소유자로 신분 위장을 할 수 있다. 둘째는 손·망실의 위협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디지털 지갑을 분실하거나 암호를 잊어버려서 지갑에 있는 자신의 암호화폐나 디지털 자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관리의 불투명성이다. 디지털 지갑 내에 많은 개인정보가 관리되고 사용되기 때문에 해당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고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인지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위협에 처할 수 있다.
앞으로 디지털 지갑은 단순히 귀중한 것을 담는 도구에서 담겨있는 정보를 분석하고 연계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용자와 일상을 함께하면서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로 확장될 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지갑의 예상되는 보안 위협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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