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유럽도 가세한 반도체 총력전…삼성·SK 전략은?

윤진섭 기자 2023. 4. 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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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현장 오늘 '이슈체크' -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펼치는 반도체 패권 경쟁에 EU(유럽 연합)가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EU는 2030년까지 총 430억유로, 우리돈 62조원을 쏟아부어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 올리는 반도체법 시행에 합의했는데요.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회사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앵커]

EU가 반도체 공급 독립을 선언하는 법 시행에 합의했습니다. 미국처럼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건데요.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이번에 우리돈 62조원, 즉 430억유로 정도의 지원금을 합의했습니다. 단순히 반도체 시설뿐 아니라, 연구 개발이나 설계까지 다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일단 반도체 팹(FAB)에 들어오라는 거죠.

[앵커]

"유럽에 와서 투자하라"는 겁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맞습니다.

[앵커]

아직 절차는 남았습니까? 이제 거의 확정되었다고 봐야 합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미국의 칩스법(CHIPS ACT)처럼 계속해서 세부 조항이 나올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앵커]

유럽에 반도체 회사는 거의 없죠?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있는데, 별로 안 유명하죠. 예를 들면 차량 반도체 업체인 독일의 '인피니언(Infineon)'이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같은 회사들은 그런 것들을 나름 잘하고 있지만, 사실 최첨단 공정은 아닙니다. 그래서 잘 모르고요. 주로 자동차 쪽으로 많이 들어가고 있고요. 그래도 어떻게 보면 유럽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는 제조업이 자동차 산업이잖아요. 이를 겨냥한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자체 점유율을 높이려면 결국 외국 반도체 회사들이 대대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미국의 반도체법은 외국 회사에 반도체 보조금을 주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습니다. EU의 반도체법은 어떻습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아마 미국처럼 까다롭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도체 업체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유럽에 투자하는 것이 별로 메리트가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유로에 투자하는 것 말씀이십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네, 제조업체들이 있어야 거기에서 수요 시장도 있기 때문에 진출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대표적으로 중국은 세계 공장이기 때문에 전자 회사들이 굉장히 많은 반도체들을 쓰잖아요. 그래서 현지에서 생산해서 공급하는 거고요. 이제 미국이 자국의 제조업을 다 리쇼어링 하겠다고 하니까 반도체 회사들이 한번 진출해서 기회를 노려보겠다는 측면이 있는데, 사실 유럽은 제조업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고요. 예를 들면 영국의 '다이슨(Dyson)'이라는 전자 회사가 청소기나 이런 쪽으로 유명하죠. 유럽 내에서 제조하는 것은 도저히 경쟁력이 없어서 싱가프로 같은 곳에 지금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앵커]

주요국이 반도체 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유럽의 반도체법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규모가 적지는 않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이 내거는 규모에 비해서도 적지는 않은데요. 우선은 그런데도 유럽에 진출하는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것이 약점인 거죠.

[앵커]

메리트가 별로 없군요. 이미 유럽에 진출해 있거나 가기로 확정됐던 반도체 회사들이 외국 회사 중 있긴 있죠?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있긴 있습니다. '인텔(Intel)'이 조금 긍정적으로 이야기했고요. 또 대만 'TSMC'도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일단 유럽 입장에서는 TSMC를 잡는 것이 굉장히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왜요?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이게 자동차 변화와 직결된 것인데요. 예전의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컴퓨터화되었잖아요.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반도체 칩이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지금은 자동차가 기계 장치잖습니까. 그런데 점점 더 자율주행차가 되니까 전자장치화되고, 거의 컴퓨터화되고 있거든요. 그러면 기존의 '인피니언(Infineon)'이나 'NXP 반도체' 같은 업체들이 만드는 반도체의 성능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굉장히 고성능인 4나노, 5나노 수준의 차량 반도체가 중요해지는데, 유럽 내에서 그 정도로 선단(Advanced·첨단) 공정 할 수 있는 팹이 하나도 없다는 게 큰 문제인 거죠.

[앵커]

그래서 대만의 TSMC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겠네요. 우리나라도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지원 금액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일단 아직 총액까지는 나오지 않았는데요. 중소기업의 경우, 25%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앵커]

투자 세액공제율이 25%네요.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맞습니다. 그리고 대기업은 8%에서 15%로 높이기로 했는데요. 우리나라는 투자하기에 메리트가 많아요. 고급 우수인력들이 있고, 중국과도 그렇게 멀지 않으며, 용인 클러스터 자체에도 메리트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가용재원(可用財源) 하에서는 나름 많이 신경 쓴 법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앵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럽에 투자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습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주로 메모리 쪽인데, 거기에서 메모리를 만들어 팔 만한 데가 별로 없어요. 유럽이 전 세계 소비의 20%를 차지하지만, 중요한 것은 반도체를 소비자한테 팔지는 않잖아요. 제조업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문제죠. 

[앵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가지 않을 것 같다는 말씀이시군요. 하지만 지원금을 기대하면서 간 반도체 회사들이 시장에서 덩치를 조금씩 키워 가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차량 반도체 쪽을 향후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거든요. 파운드리 내에서 2027년까지 모바일 제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키우기로 했는데, 비 모바일은 상당 부분이 차량 반도체 쪽이거든요.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수주한 미국 '암바렐라(Ambarella)'나 '엔비디아(NVIDIA)', '모빌아이(MBLY)' 등의 업체들은 굉장히 선단 공정의 차량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회사들이거든요. 이런 쪽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유럽에서 계속해서 이쪽 시장을 침투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향후에 경쟁 강도가 조금 치열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앵커]

미국의 반도체법에서 보조금을 받는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서 문제가 됐잖아요? "초과이익을 공유하고, 정보를 다 노출하라"고 했죠. 그런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 지원을 신청했습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삼성전자는 신청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칩스법이 나오기 전부터 삼성은 미국 테일러에 투자하는 것을 거의 결정했었거든요. 어차피 지금 터를 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원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반면, SK하이닉스는 후공정, 첨단 패키징 쪽 라인이고 중국 팹에 (민감한 기업 비밀의) 노출도가 더 큽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플래시 팹밖에 없는데,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습니다. 

[앵커]

다롄이 인텔 겁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인텔 것을 인수한 거죠. '솔리다임(Solidigm)'이라는 회사를 인수한 거고요. 때문에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 가드레일 조항에 걸립니다.

[앵커]

중국 투자 제한이요?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맞습니다. 향후 10년 간 (첨단 반도체의 생산 능력을) 5%밖에 늘리지 못하고, 아무래도 미국 정부의 관리와 감시 하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이 조금 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앵커]

중국 투자 제한 관련 조항 때문에 SK하이닉스는 고민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신청한 것 같다는 말씀이시군요. 삼성전자는 보조금을 꽤 많이 받을 수 있게 되네요?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약 7~8조원 정도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보조금이 약 7~8조원이면 굉장히 많이 받게 되는 거네요. 이에 대한 조건으로 기술 정보를 다 노출해서 굉장히 문제가 되는데요. 이런 사안을 향후 협상할 가능성은 좀 있을까요?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윤 대통령이 잘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다음 주에 미국에 가시죠?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맞습니다. 그래서 일단 정보 유출에 대한 부분이 우리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정적인 요소이고요. 다행스러운 건 최근 TSMC가 이에 대해 버럭 화를 냈습니다.

[앵커]

TSMC도 신청했습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신청은 했는데, 이런 조건이면 투자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굉장히 세게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또 윤 대통령이 협상의 지렛대로 잘 활용해서 조금 완화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앵커]

미국이 윤 대통령이 방미해서 요구하더라도 들어줄지는 또 다음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1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아서 많은 걱정인데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최악의 상황입니다. 하반기 회복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1분기에 메모리 사업만 놓고 보면 약 4조원 정도의 적자를 낸 것 같습니다. 2분기에도 약 3~4조원 정도 적자가 날 것 같습니다. 

[앵커]

이번 분기에도 적자 규모가 비슷하게요?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네, 그래도 소폭 줄어든다는 게 중요한 거죠. 재고가 줄어드는 시그널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어쨌든 적자는 3분기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3분기까지 반도체 부문, 메모리 부문이요?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맞습니다. D램 가격 자체가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있는 것인데요. 그래도 일단 시장은 감소 폭에 관심이 많거든요. 4조원을 적자 내다가, 3조원이 적자 나면 시장은 호재로 보거든요. 주가는 또 선반영해서 긍정적인 부분들을 선반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했는데, 그 감산의 효과가 곧 나타날까요? 나타나고 있습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심리적으로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요 업체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지니까 관망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이제 재고를 다시 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라는 게 현물 가격과 고정거래 가격이 있거든요. 현물 가격은 전체 비중의 약 5%밖에 안 되는데요. 용산에서 파는 그 가격 있잖아요. 그리고 대만이 주로 이런 쪽의 집계를 하는데요. 일단 현물 가격은 상승했습니다.

[앵커]

현물 가격은 올랐군요.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그런데 고정거래 가격은 아직 빠지고 있습니다. 보통 현물 가격이 고정거래 가격의 선행지표입니다. 1~2개월 뒤 고정거래 가격에 현물 가격이 반영되거든요. 그러면 조만간 고정거래 가격이 반등해서 올라오겠다는 식의 기대를 하고 주가가 상승하고 있는 거죠. 

[앵커]

메모리 감산의 효과는 메모리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에 더 클 것 같은데,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 SK하이닉스는 별 반응을 하지 않고 있는 거죠?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둘 다 감산 발표 이후로 주가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은 것이 아무래도 과거와 조금 다른 부분인데요. 삼성전자는 약 110조원의 현금을 쟁여놓고 있습니다. 현금성 자산이 있는데 곳간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죠.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인수하면서 돈을 다 써버렸어요. 순 부채가 약 10조원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또 과거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라고 봐야 하는 거죠.

[앵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분들은 현 상황에서 어떤 전략이 필요합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중요한 건 보통 반도체 하락 사이클의 바닥은 쌍바닥을 그리고 올라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앞바닥은 작년 가을에 나온 거예요. 우리가 공급에서 투자자를 축소하고, 웨이퍼 투입을 감소하는 쪽에서 앞바닥이 나오는 거고요. 중요한 건 '진바닥'이라고 하는 뒷바닥이 중요한데요.

[앵커]

진짜 바닥을 뒷바닥이라고 합니까?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그렇죠. 뒷바닥은 수요에서 나옵니다. 그러려면 고객사들의 주문이 늘어야 하는데요. 주문이 늘려면 시장에 깔린 재고들이 줄어야 합니다. 재고가 먼저 줄면 수요 업체들이 주문을 하는데 빠르면 2분기 말, 늦어도 하반기 쯤에는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시장의 재고가 줄어드는 게 2분기 말이나 빠르면 3분기군요. 그것을 미리 알 수 있는 지표 같은 건 뭐가 있을까요?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

지금은 현물 가격 흐름이 되게 중요합니다. 현물 가격이 선행지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현물 가격의 향방에 따라, 주가 흐름도 거의 동조해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앵커]

현물 가격을 좀 유심히 봐야 할 것 같네요. EU의 반도체법과 삼성전자의 메모리 업황,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형수 에이치에스엘파트너스 대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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