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4당 183명 이태원특별법 발의… 與 “또 재난의 정쟁화”

김승환 2023. 4. 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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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피해자 권리 보장 담겨
특조위, 특검 수사 요청권한 가져
野 “세월호 때와 유사… 규모 절반”
국민의힘, 법안 발의 참여 전무
“경찰 수사·국정조사 모두 마쳐”
野 이은주 “기소 면한 윗선 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 야 4당이 20일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한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발의에 참여한 의원 수는 모두 183명이다. 여당 의원은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법안에는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필요한 경우 국회에 특검 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야권이 뜻만 모으면 특검 수사가 가능한 터라 여당은 이번 발의에 대해 “재난의 정쟁화”라며 반발했다.
법안 제출하는 4당 의원들 진보당 강성희(왼쪽부터)·기본소득당 용혜인·정의당 장혜영·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야 4당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접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접수 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통해 국가의 책임을 밝히는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면서도 “이는 절반의 진실에 불과해 특별법 제정과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적 조사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도 “(이태원 참사에 대한) 반쪽짜리 특수본 수사로 기소를 면한 윗선이 있다”며 “책임을 규명하고 일벌백계할 방법은 독립적 조사 기구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 박가영씨 어머니인 최선미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은 “유가족에게 수백가지 의문점과 억울함이 남았다. 독립된 진상 조사가 이뤄지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여야·유가족 대표 추천을 거쳐 국회 조사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사위원 추천위가 상임위원 5명을 포함한 위원 총 17명을 추천해 특조위를 꾸리도록 했다. 특조위는 직권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 조사를 수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료·물건 제출 명령, 동행 명령, 고발·수사 요청, 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청문회 등을 할 수 있다.

발의 전부터 논란이 된 건 특조위의 특검 수사 요청 권한이다. ‘특조위가 사실상 국회에 특검 수사를 강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엄밀히 말해 법안에 특조위 권한으로 명시된 건 ‘특검 수사 요청 권한’이다.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일부에서 ‘무소불위 특조위’라고 (지적)하는데 (법안 내용은) 세월호 참사 때 했던 제도와 거의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조사단 규모는 60명 이내로 했다. 세월호 때 120명보다 축소한 것”이라며 “특검도 수사 필요 시 국회 의결을 요청하는 것이다. 요청해서 국회가 받아들일 때 (특검 수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조위 요청 이후 일정 기간 내 특검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해놓은 터라 야권이 마음만 먹으면 특검 추진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법안에는 ‘특조위가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언제든지 국회에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특조위 요청 이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는 안건 심사를 3개월 내로 마쳐야 하고, 기한 내 완료하지 않으면 바로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보고 부의된 후 처음 개의되는 본회의에 상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진 점 등을 들어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 4당이) 재난의 정쟁화 우려가 있는 핼러윈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을 발의한다”면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입법 우선순위는 언제나 선심성 퍼주기 아니면 정쟁을 유발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편 가르기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특별법 발의에 대해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맞춤형 특별법 봉투’로 덮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국민의힘이 법안 논의에 참여해 필요한 의견을 개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의안과에 법안을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다”며 “국민의힘도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진지하게 논의에 참여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최우석·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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