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협주곡부터 20세기 곡까지… 맛집 알리듯 음악 소개하죠
20세기 곡 탐구·단원 충원·협연자 섭외 총력
하반기 협주곡 전곡 연주 '마라톤 시리즈' 예정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인천시향 예술감독 이병욱
지역에 기반을 둔 악단의 연주를 지역 밖의 시민이 감상할 일은 드물다. 교향악축제를 비롯한 음악축제가 존재하지만, 정기연주회는 일반적으로 그들의 본거지를 벗어나지 않고 벗어날 이유가 없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이하 인천시향)이 자리 잡은 인천문화예술회관은 2020년부터 리모델링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더니, 2021년 3월 설계에 들어갔고, 올해 7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한다. 계획은 올해 안에 대공연장, 내년까지 소공연장의 공사를 마무리짓는 것. 노후 시설을 안전하게 변경하고, 무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악단에게 기쁜 기다림이다. 이로 인해 인천시향은 아트센터 인천에서 정기연주회를 이어가고 있다.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인 이병욱에게 올해 공간의 변화를 맞이한 인천시향의 계획을 물었더니 "올해의 목표는 우리 인천시향만의 레퍼토리와 색을 찾아 그것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목소리는 앞으로 새롭게 펼쳐진 시간에 대한 기대로 차 있었다. 실제로 올해 인천시향의 시즌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면 전통 레퍼토리에 집중했던 지난 시즌들과 달리 다양한 20세기 작곡가에 도전장을 올리고 있다.
◇레파토리에 변화를 입히다
-2018년 겨울에 부임했으니 이제 4년이 훌쩍 넘었다. 악단과의 일체감은 이제 상당한 수준일 것 같다. "당연하게도 처음 연주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이제는 어느 부분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입을 열기도 전에 알아챈달까? 리허설이 보다 수월해진 부분에서 이를 더욱 느낄 수 있고, 그렇게 얻은 시간으로는 단원들과 음악적 실험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어느 수준에 오른 교향악단은 고유한 강점과 레퍼토리를 가지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인천시향이 자신 있는 레퍼토리는 무엇일까? "그 부분을 찾아가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서정적인 브람스의 작품을 잘 연주한다'라는 호평이지만, 아직 프랑스 레퍼토리와 20세기를 충분히 도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더 폭넓은 도전을 통해 잘 맞는 레퍼토리를 탐구하고 싶다."
-이번 시즌 레퍼토리에 20세기 음악을 여럿 포함한 것은 그런 이유였을까? 시즌 레퍼토리를 구성했을 때 수립한 목표는 무엇이었나."맞다. 올해의 목표는 우리만의 레퍼토리와 색을 찾아 그것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그동안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잔가지를 치는 시간을 가져왔쳤으니 이제는 훌륭하게 성장하는 일만 남았다. 이를 위해 올해는 단원 충원도 열심히 살피고 있다. 또 다른 목표는 좋은 협연자를 섭외하는 것이었다. 국내에는 정말 협연하고 싶은 훌륭한 연주자가 많고, 이번 시즌에는 이들을 섭외하기 위해 정말 발 빠르게 움직였다. 덕분에 이번 시즌의 협연 공연은 더욱 자신이 있다."
-인천은 다양한 환경이 총집된 혼합적인 도시다. 무역항구와 국제공항, 구도시·신도시가 공존한다. 무대에서 느껴지는 이 도시 관객의 특성이 있다면 무엇일까?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광역시 중에서도 서울과 가장 가까이 있다 보니, 큰 공연장에서 공연할 때면 서울에서 찾아오시는 많은 관객으로 인해 수도권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 지리적 장점은 연주하는 입장에서도 분명히 많은 이점이 있다. 내한하는 해외 아티스트와도 접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음악회를 하게 되면, 반대로 인천만의 특성을 느끼게 된다. 구도시와 신도시는 생각보다 거리가 조금 있어서, 찾아오시는 관객도 조금 다르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의 리모델링이 끝나면, 두 공연장에서 어떻게 균형 있게 연주할 수 있을까도 고민하고 있다."
-인천시향은 인천문화예술회관에 상주하며 매달 정기공연을 선보였는데, 기반을 두는 공간이 있다는 장점을 실감할 때가 있는가? "인천문화예술회관의 리모델링 완공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작년부터는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면서 아트센터인천에서 정기연주회를 진행하는 횟수가 늘었다. 단원들이 클래식 음악 전용 홀과 복합예술공간에서 모두 연주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경험이다. 같은 악단이 같은 곡을 연주해도 두 공간에서는 전혀 다른 음색을 만들어낸다."
-인천문화예술회관 리모델링 기간 동안, 아트센터인천에서만 공연이 이어지는 일정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오히려 이번 문화회관 리모델링으로 인해 생긴 새로운 기회도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세 명의 피아니스트와 '콘체르토 마라톤 시리즈'를 선보인다. 9월에는 신창용(프로코피예프), 11월에는 백혜선(브람스), 12월에는 박재홍(베토벤)과 함께한다. 한 작곡가의 협주곡을 하루에 모두 선보이는 것은 쉽지 않은 무대지만, 수도권 교향악단이라는 이름과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시리즈와 새로운 음악으로 이어갈 시간
-인천시향의 정기공연은 특징에 따라, 그리고 협연자에 따라 각기 다른 시리즈 명칭이 붙는다. 각 시리즈의 특징을 소개한다면? "'뉴 골든 에이지' 시리즈는 2018년 내가 부임할 당시 인천시향 역사상 가장 젊은 상임지휘자라 하여 붙여준 명칭이다.(웃음) 올해는 이 명칭에 특히나 어울리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선보인다. '거장의 숨결'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분들과 함께하는 공연으로 올해는 소프라노 황수미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을 초청했다. '클래식 나우'는 우리 시대에 정말 주목해야 하는 젊은 연주자를 소개한다. '피아노 열전'은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의 피아니스트들을 모시는 시간이고, '고전적 낭만'은 우리 악단이 자랑하는 브람스의 작품을 선보이는 시리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공연들의 레퍼토리에는 패르트·베르크·코플랜드·아이브스·샤브리에·마르케스 등 20세기 작품이 많다. 어떤 마음으로 선곡했는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으니, 21세기 작품을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관객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 당연히 우선된다. 정말 맛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매일 그것만 먹을 수는 없지 않나. 누구든 안 먹어본 낯선 '맛집'을 시도하게 되는데, 인천시향의 역할 중 하나는 음악의 '맛집'을 소개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선별한 작품들은 이렇게 처음 접해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자신감의 이유
-낯선 음악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에 더욱 믿음이 간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시일에 오를 공연 프로그램과 기획 의도가 궁금해진다. 우선 패르트의 '프라트레스'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것, 트럼본·타악기·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것 , 목관 오케스트라를 위한 것 등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어떤 것을 골랐나? "지금 세계의 분위기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난 지 1년이 됐을 때였고,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되새기고자 경건한 버전을 선택하게 됐다. 현악 오케스트라와 타악기 주자 한 명이 함께하는 버전인데, 종이 한번 울리는 부분은 울림이 좋은 아트센터인천에 잘 들어맞는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팡파레'를 선곡한 것이 인상적이다. 금관주자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선택할 수 없는 곡이지 않은가. "함께 하며 일하며 우리 악단의 금관 단원들은 대한민국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웃음) 확실히 연주에서는 금관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에 자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선택이다. 2021년에 모르텐 로리젠의 '오 얼마나 큰 신비인가'를 금관앙상블로 편곡하여 선보인 적이 있는데, 큰 호평을 받았었다."
-올해의 레퍼토리 이후에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인천문화예술회관이 재0개관하게 되면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그리고 홀스트의 '행성'과 같은 큰 규모의 작품을 하고 싶다. 백여 명이 넘는 단원이 있는 곳에서만 선보일 수 있는 대곡에 마음이 있다."
-끝으로 '지휘자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지금 이 예술감독 직에 있다는 게 아직도 꿈꾸는 것 같은데.(웃음) 욕심이 있다면, 내가 은퇴하는 미래에 사람들이 '조금만 더 활동하지!'라며 아쉬워해 주길 바란다."
글 월간객석 이의정 기자·사진 인천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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