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날마다 ‘개’랑 같이 출근하는 ‘KBS 뉴스앵커’가 있다!?
■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4월20일(목) 17:50~18:25 KBS2
■ 출연자 : 허우령 / KBS 앵커(1TV 12시뉴스 '생활뉴스' 진행)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30420&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녹취]
"소수의 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나운서가 되어서도 목소리를 멀리멀리 퍼트리고 싶습니다."
[앵커]
2년 전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뉴스 앵커의 꿈을 밝혔던 시각장애인. 그 꿈이 현실이 됐습니다. KBS 7대 장애인 앵커로 뽑힌 허우령 씨입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허 앵커의 일과 꿈, 사랑까지 들어보려고 합니다.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답변]
안녕하세요?
[앵커]
저는 사실 영상보다 라디오로 우리 앵커님 합격 소식 들었는데 조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너무 앵커가 돼서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앵커]
표정에서도 느껴져요, 기쁨과 감격이. 오늘 혼자 오신 게 아니시죠?
[답변]
네, 맞아요.
[앵커]
누구 같이 온 것 같던데요?
[답변]
지금 여기 안내견 하얀이가 저의 파트너인데요. 같이 출근했습니다.
[앵커]
시각장애인 안내견이죠.
[답변]
네.
[앵커]
몇 살이에요?
[답변]
6살이에요.
[앵커]
6살. 주인 때문에 같이 바빠졌겠어요?
[답변]
맞아요. 출퇴근 매일매일 하고 있습니다, 같이.
[앵커]
방송 스튜디오에도 혹시 같이 들어가나요?
[답변]
저희가 거의 딱 붙어있는데 스튜디오 갈 때만 하얀이만 사무실에 있고 저는 뉴스 진행하러 가고 있어요.
[앵커]
하얀이가 방송하는 동안 조용히 얌전히 잘 있어요?
[답변]
맞아요. 언니 언제 오나 이렇게 기다려 주고 있습니다.
[앵커]
첫 방송은 언제 하셨어요?
[답변]
4월 3일에 첫 방송 했습니다.
[앵커]
이제 3주 차.
[답변]
네.
[앵커]
첫날 어떠셨어요? 많이 떨리지 않으셨나요?
[답변]
너무 떨려가지고 진짜 긴장을 거의 2주 내내 했던 것 같아요.
[앵커]
첫날은 실수 없으셨어요?
[답변]
실수했습니다. 첫날에도 조금씩 더듬더듬했는데 사실 3일 차 되던 날에 정말 큰 실수를 제가 생각하기엔 해가지고 그때 이제 마무리라는 인이어로 들리는 소리를 듣고 순간 헙, 했어요. 그래서 2초간의 정적이 있었어요.
[앵커]
마무리 멘트 해주세요 했는데 무슨 멘트를 해야 되지? 순간 멈칫했다는 거군요.
[답변]
순간 딱 한 줄 남겨놓고 합 해가지고.
[앵커]
맞아요. 방송에서 2초의 공백은 정말 숨이 멎는 경험이죠.
[답변]
맞아요. 마무리를 잘했지만 그래도 속상했던.
[앵커]
저희 앵커들은 앞에 프롬프트 보면서 읽습니다만 우리 허 앵커님은 뉴스 원고를 어떻게 읽으세요?
[답변]
저는 지금 점자 정보 단말기라고 제가 사용하는 점자도 나오고 또 음성도 같이 나오는 기기가 있어요. 그걸 통해서 손으로 점자도 읽고 그리고 오른쪽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껴서 음성으로도 동시에 같이 원고를 읽고 있어요.
[앵커]
쉽지 않겠네요. 저는 매일매일 방송하면서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을 하는데 어렵지 않으세요? 진행해 보시니까 어떠세요?
[답변]
저도 실제로 해보니까 진짜 긴장도가 높은 거 같아요. 정확히 전달해 드리고 틀리지 않아야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해서.
[앵커]
투잡 뛰고 계시죠? 앵커도 하면서 유튜브도 운영 중이신 거 같은데
[답변]
맞습니다.
[앵커]
구독자가 10만 넘었더라고요. 경사가 많습니다.
[답변]
너무 좋아요.
[앵커]
올린 영상들이 많던데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영상은 어떤 거였어요?
[답변]
제가 정말 실명을 갑자기 했거든요. 그때 실명 하루 전에 있었던 일에 관한 영상이 많은 분들이 봐주셨어요.
[앵커]
하루 전에 실명. 그럼 하루 만에 실명을 했다는 얘기인가요?
[답변]
네. 전날까지 잘 보다가 바로 다음 날에 안 보이게 됐습니다.
[앵커]
사람이 가진 감각 중에 없어지면 가장 걱정이 될 거 같은 게 시력인데 하루 만에 없어진다는 게 가능해요?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답변]
저도 사실 정말 갑작스러워서 안 믿기지만 저는 일단 시신경에 문제가 있다라고 알고 있고 확실한 병명은 없어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자고 일어나서 안 보여가지고 그렇게 하룻밤 만에 시각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앵커]
한순간에 세상을 못 본다는 공포감이란 게 어떤 느낌이었을까요? 조금 조심스럽게 여쭤보면요.
[답변]
사실 저도 거의 10년 전이라 그 당시에 생생한 기억은 나지 않는데 처음엔 막막했죠. 뭔가 어떻게 살아야 되지? 라는 걸 가장 크게 고민을 했던 거 같아요.
[앵커]
후천적으로 실명한 분이 그 이전의 멘탈을 회복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그 기간을 어떻게 극복을 하셨어요?
[답변]
사실 저는 좀 제가 성격이 밝은 편인 거 같거든요. 그래서 한없이 우울해 있지도 않았었고 그리고 저는 장애를 뭔가 극복한다기보다는 익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분명 장애 때문에 어려운 것도 사실 있는 게 현실이고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내가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익숙해져서 나만의 방법을 찾을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는 긍정의 마인드가 오늘의 허 앵커를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시각장애인의 겪는 불편함은 본인이 아니면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만 영상을 보니까 택시 안에서 겪었던 최악의 순간 이런 게 있던데 어떤 최악의 순간을 겪으셨어요?
[답변]
되게 그 영상에서 다양한 유형을 말했는데 일단은 제가 어디로 가야 하죠? 이런 유형이 있었어요. 택시가 저희가 내릴 때 아무 데나 내려주세요. 저는 정확히 뉴스 KBS 앞에 내려주세요, 라고 했는데 KBS 주차장에 저를 내려주시면 사실 저는 제 머릿속에 익숙해지게 만들어 놓은 지도가 있는데, KBS 길을. 그런데 아무 데나 내려주시면 저는 길을 잃어버리거든요. 그런 유형들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놨습니다.
[앵커]
유튜브를 운영하시면서 앵커의 꿈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 같은 게 있으셨을까요?
[답변]
사실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방송부를 하면서 아나운서라는 꿈을 갖게 됐고요. 그러면서 대학에 와서 유튜브를 시작하고 또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거든요. 그러면서 유튜브도 그렇고 앵커로서도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야기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앵커]
앵커 시험은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그 과정이?
[답변]
사실 너무 어려웠어요. 주변에 앵커분들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리고 저는 컴퓨터를 할 때 화면 해설 기능을 써요. 그런데 그 기능이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원고 하나 구하는 것도 사실 쉽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럼 앞으로 지금 12시 뉴스에서, 정오 뉴스에서 생활뉴스 코너 맡고 계신데 우리가 언제까지 우리 허 앵커님 계속 볼 수 있어요?
[답변]
앞으로 계속 보면 좋을 거 같은데요. 일단 저는 내년까지 하고 있고 최대 2년 동안 저희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럼 그 이후에 혹시 생각하는 꿈 벌써 이른 감이 있지만 여쭤봐도 되나요?
[답변]
제가 진짜 지금 앵커라는 정말 오랜 꿈을 이룬 지 한 달이 돼서 사실 이후에 뭘 어떻게 해야지 이런 생각을 안 했지만 지금 하는 것처럼 다양한 방송 활동도 하고 크리에이터 활동도 하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앵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가 된 우리 하얀이와의 인연도 소개해 주세요.
[답변]
하얀이랑 저는 2020년에 처음 만났어요. 지금 3년 동안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초행길 갈 때는 안내견이 스스로 찾아가나요? 아니면 훈련된 곳만 다니나요?
[답변]
일단은 초행길은 제가 외워야 돼요. 제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후에 안내견 친구랑 호흡을 맞춰서 같이 걷는 거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안내견이 내비게이션이냐? 라고 하는데 절대 아니고 저희 둘이 같이 호흡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앵커]
최근에 식당에서 출입을 거부당한 안내견이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하얀이랑 다니면서 겪었던 불편함 같은 거 없으셨어요?
[답변]
사실 하얀이랑 다니면서 정말 많은 곳을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는데 또 그 과정 속에서 아직 안내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출입 거부를 하세요. 저도 식당을 갔을 때 개 안 된다. 털 때문에 안 된다. 강아지가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밖에 두고 와라. 이런 말을 들었는데 사실 이런 경우가 없어야죠. 법적으로도 안내견은 시각장애인과 함께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니까.
[앵커]
혹시 사람들이 하얀이를 대할 때 이런 건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에티켓. 아니면 이런 오지랖은 안 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 이런 것도 있을까요?
[답변]
일단 안내견 에티켓이 네 가지가 있어요. 보행을 하는 안내견에게 부르거나 만지거나 먹을 거를 주거나 사진을 찍는 행동은 삼가해 주시면. 눈으로만 예뻐해 주시면 감사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끝으로 짧게 비장애인과 장애인 두 가지를 다 겪은 사람으로서 지금 시청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답변]
일단 정말 저희도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에 한 명이고 그 속에서 각자만의 방법으로 다양한 방법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거 같거든요. 그런 모습도 저도 앞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영상에서 보여드리고 같이 함께 재밌게 살아보고 싶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였던 거 같습니다. 응원하겠습니다. 허우령 앵커였습니다. 고맙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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