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관련자들 출당 놓고 내홍 빠진 민주당

김윤나영·신주영 기자 2023. 4. 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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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 열었지만 결론 못내
안규백 “사람 보내 송영길 데려오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5기 전국노동위원회 및 제2기 노동존중실천단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소속 의원 169명 전체 명의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사과하기로 뜻을 모았다.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의 귀국을 거듭 촉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선제적 출당 조치를 두고는 내홍에 휩싸였다. 일부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관련자들에 대한 탈당·제명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브리핑에서 “전당대회 관련 의혹이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과 당원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당 지도부가 이미 사과했으나 (당 의원 전체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리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송 전 대표가 즉각 귀국해서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안규백 의원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필요하다면 사람들을 보내서 송 전 대표를 데리고 오는 방법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부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송 전 대표 등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상민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대표로 있는 한 돈봉투 사건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며 “이 대표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칼날을 잘 휘두르지 못한다는 분석이 있는데, 그(출당·제명)보다 더한 조치가 있다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송 전 대표가 탈당 정도가 아니라 다 내려놓고 다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은 온정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지난 대선부터 지방선거에 이어 오늘까지 제대로 혁신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도부가 자체적인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국민이 볼 때 자기 정화 기능도 제대로 못하고 포기하는 정치 집단한테 믿음이 가겠나”라며 “당내 문제가 생겼다면 조사기구를 만들어서 하는 방법이 왜 없겠나”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진상 조사를 하기로 했다가 번복한 것은 국민이 보기에 굉장히 어색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출당·제명 조치나 자체적인 진상 조사에 대해 거듭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탈당·제명 여부에 대한 질문에 “결자해지 차원에서 송 전 대표가 조기 귀국을 통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사실관계 확인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어서 출당과 제명을 지금 얘기하기는 이르다”며 “(돈봉투 의혹의 근거가 되는 이정근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취록을 당이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고, 국민도 민주당이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양해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지도부가 온도 차이를 보이는 것은 서로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의원들은 당이 부정부패 혐의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여긴다. 서울 지역 한 의원은 “아무리 의원들이 지역구를 잘 다져도 ‘부패 야당 심판론’이 일면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반면 지도부는 돈봉투에 연루된 의원들 이름이 새로 나올 때마다 징계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전체 돈봉투 명단을 파악하고 한꺼번에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전 대표가 2021년 6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전례를 두고도 판단이 엇갈린다. 일부 의원들은 이러한 전례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도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총선을 3년 앞둔 당시에는 의원들에게 “잠깐 탈당했다가 돌아오라”는 권유가 통했지만,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탈당·출당·제명은 사실상 공천 탈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도부로서는 현역 의원을 포함한 정치인 10~20명이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출당당한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도 있어 고민스럽다. 출당·제명당한 의원들이 사법 리스크가 있으면서 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 대표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연락했나’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또 요청했나’ 등의 질문을 받고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오는 22일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 현지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밝히는지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최고위원은 “22일 송 전 대표의 입장을 보고 추가 대응할 필요가 있으면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 당 지도부가 여론에 떠밀려 인적 쇄신에 나서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 의원은 “돈봉투 문제가 결국 정치권 판갈이 신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러 루트를 통해 송 전 대표에게 조기 귀국을 촉구했다”면서 “송 전 대표가 오는 22일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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